'2010년 행정수도 이전 논쟁' 입주 백지화 … 약대 이전 승인으로 탄력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고려대의 창조캠퍼스 조성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염재호 고려대 신임총장은 잇달아 세종시 제3캠퍼스 조성의지를 피력했다. 세종시 제3캠퍼스는 안암과 기존 세종캠퍼스에 이어 세종시 4-2생활권 부지에 최근 이전이 승인된 약학대학 등을 포함한 제3의 캠퍼스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염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과 세종부총장 취임식 등에서 세종시 제3캠퍼스 건립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려대의 세종시 제3캠퍼스 건립이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13년 고려대와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세종시 행복도시 내에 대학설립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고려대는 오는 2018년까지 행복도시 내 대학부지에 △바이오메드(Bio-Me)대학 △국가경영대학 △행정대학원 △미래기초과학연구원 등을 설립하고 2023년까지 바이오사이언스대학원과 녹색융합기술대학원을 추가로 설립하기도 했다.

이보다 이른 2007년에도 양 기관은 세종시 대학부지에 132만㎡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는 2010년 한차례 조정돼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30만㎡ 면적에 6012억원을 투자해 연구소와 대학원, 각종 부대시설을 지어 대학원생 3600명을 선발하는 캠퍼스를 짓기로 했었다.

그러나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캠퍼스 조성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면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격론이 깔려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초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계획을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학 등이 이전하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냈다. 이 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의 원안을 고수하면서 여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이전을 위해 부지와 재원을 지원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이전을 검토하던 서울대와 KAIST, 고려대가 이전을 백지화했다. 세종시 원안의 효과는 컸다. 이전계획 초기 정부지원으로 평당 37원이던 땅값이 수정안 부결 뒤 237만원까지 올랐다. 대학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조성비용이 드는 셈이다.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세종시 캠퍼스 조성계획은 2013년 다시금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정부부처가 실제로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세종시의 교육수요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행정부처만 이전한 뒤 한동안 세종시는 유령도시로 불릴만큼 정주인구가 적어 이를 만회할 방법으로 교육기관의 이전 등이 빠르게 추진됐다. 세종시 측은 발빠르게 움직여 이전을 포기했던 대학들과 다시금 대학이전 MOU를 이끌어냈다. 6개 대학과 MOU를 맺었고, 이 가운데 고려대는 약학대학 이전을 추진했다.

최근 고려대의 세종시 캠퍼스 건립계획은 교육부가 지난 1월 약학대학 이전을 승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행복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고려대의 이전계획을 승인한 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부지면적 협의과정을 거치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대는 현재 약학대학 이전을 전제로 교육부 승인을 거쳐 최소한 약 30만㎡의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 대학의 자체적인 이전계획이 마무리되면 추가적인 필요면적을 확정해 행복청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행복청은 고려대를 비롯해 국내 이전 대학과 국외대학을 유치해 국제적인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행복청 측은 산학연 클러스터라는 골격만 지켜지면 대학 측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제3캠퍼스 건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려대로서는 제3캠퍼스를 조성할 부지를 매입하고 이전할 학문단위를 결정해야 하는 난제가 남아있다. 특히 지난 7년여간 이전계획이 요동쳐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학문단위 선정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제3캠퍼스 건립에 따른 기존 세종캠퍼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안배도 필요하다.

세종시는 고려대 외에 다른 대학들의 이전을 타진하는 한편 외국대학 유치를 통한 국제대학촌을 기획하고 있다. 유사한 개념의 캠퍼스촌이 인천 송도에 설립돼 있어 중복을 피하면서 다른 외국대학들에 대한 접촉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의 추이를 살피면서 중복되지 않는 다른 대학에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계획이 탄력을 받는 데에는 염재호 총장과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염 총장은 고려대가 세종시 제3캠퍼스 건립을 처음 타진하던 2006년 당시 고려대 기획처장으로 제3캠퍼스 건립을 구상했던 경험이 있다. 이 시장은 당시 세종시의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으로 있었다. 또한 둘은 1978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동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