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여전히 "의견수렴 단계" 국회는 방관, 강사단체 의견차는 그대로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이재기자]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시행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논의는 진전 없이 원점에서 한발짝도 못나간채 그대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에서는 여전히 의견수렴 단계이며, 강사단체는 불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어 최악의 경우 또다시 유예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교육부와 국회,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연말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전국대학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 등 유관단체 관계자, 시간강사들과의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법안 수정 또는 폐기, 대안입법 중 어떤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정하지 못한 상태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지금은 의견 수렴 단계이며 강사법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사법은 지난 2010년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생활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듬해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의해 통과된 법이다.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는 강사에 한해 △공개채용 △재임용 기회 제공 △4대 보험 보장 등 채용요건과 처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간강사 대량 해고 우려와 함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대학과 강사 양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같은 이유로 2012년 한 차례 1년간 유예됐으나,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고 2013년 12월 또다시 2년 유예됐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초 대학과 강사, 국회 등을 망라한 TF를 꾸려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보겠다고 약속했으나 세월호 침몰사태를 비롯해 장관과 담당 간부 교체로 동력이 떨어지면서 TF는 무산됐다.

그동안 강사단체간 의견도 전혀 좁혀지지 못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제를 대안으로 내세웠고, 전국강사노동조합은 100%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려 교육부와 국회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한 차례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비정규교수노조 측에 수차례 회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불신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지난 19일 오전 교육부와 강사단체인 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간 면담이 진행됐으나, 진전된 사항은 거의 없이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교육부가 대학측의 의견을 주로 수렴한 만큼 강사단체의 참여가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교육부가 주도하는 강사법 개선 논의에 부정적이다. 국회 주도의 특별소위원회라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작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2년 시행 유예안을 발의했던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조차 “국회는 교육부에서 강사법 관련 논의를 마친 뒤에 법안 작업이든 정책 시행에 대비한 예산 작업이든 착수할 수 있다”며 “교육부에서는 기다려달라는 요청으로 일관해 착수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내년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압박도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문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학과 강사 한 쪽을 적으로 만드는 법안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시간이 촉박하고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인 만큼 교육부가 마련한 논의에 참여했던 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빠른 추진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열 전국대학교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장(조선대 교무인사팀장)은 “현행 강사법대로 9시간 시수를 유지하면 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대학들의 재정 부담으로 대량해고가 불가피하고, 시간을 6시간 정도로 줄이고 여러 대학에서의 강의를 가능하게 한다면 신분과 처우개선을 보장하기 어려워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라면서 “지금까지 국민들의 여론과 강사들의 요구에 따라 유예된 만큼 강사단체도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올해 안에는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 역시 “이대로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대학들이 대비할 시간이 부족해 최악의 경우 또다시 유예될 우려까지 있다”며 “늦어도 10월까지는 법과 관련된 일련의 절차가 모두 끝나야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공이 교육부에 있는 만큼 단기간 집중해서 대학과 강사노조간 충돌하는 부분들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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