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지 예치금과 학생회비 혼용해온 관행이 문제

[한국대학신문 허보빈 학생기자]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 전 현 집행부가 약 3400만원 상당의 졸업반지 예치금 행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학 제47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는 전대 학생회에서 학생회비와 졸업반지 예치금을 구분 없이 운용한 탓에 약 3400만원 상당의 졸업반지 예치금에 누수가 생겼다며 지난 12일 이전 43~45대 학생회 대표에게  지난 4년간 졸업반지 예치금  운용 통장 내역을 공개하라며 자보를 붙였다.

현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당시 43대 학생회는 신입생 229명에게 1인당 6만원씩 졸업반지 예치금 1374만원을 걷어 이 가운데 졸업반지를 제작하거나 예치금을 환불받은 학생 88명을 제외하고 846만원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2012년 44대 학생회는 신입생 227명을 대상으로 졸업반지 예치금을 8만원씩 걷어 1816만원을 걷었다. 현재 47대 학생회에 이르기까지 10학번 신입생 대상 예치금 924만원을 포함해 최소 3548만원의 이월금이 발생한 셈이지만 현 학생회가 이월받은 금액은 78만원에 불과했다.

▲ 이화여대 자연대 47대 학생회(위)와 43~45대 학생회(아래)가 졸업반지 예치금의 행방을 두고 대자보로 맞서고 있다.(사진=허보빈 학생기자)

이에 대해 43~45대 학생회 대표들은 “예치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학생회비와 혼용되면서 학생회 사업비로 조금씩 빠져나갔을 뿐”이라 항변했다. 하지만 통장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결산안과 영수증을 함께 공개하는 자보를 붙여 “전대 학생회의 손실된 영수증을 업체 측을 통해 재발급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장내역을 공개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영수증 확인 뒤에도 횡령의 정황이 포착된다면 경찰조사에 응하겠다”고 맞섰다.

자연대 학생회는 약 10년 전부터 신입생에게 학생회비와 함께 6만 원 안팎의 졸업반지 예치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예치금이 학생회비와 분리되지 않고 혼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학번이 거듭되면서 예치금 누수가 누적되었고, 이를 다음 학번의 예치금으로 돌려 막는 관행이 시작된 것이다.

현 학생회에서는 이런 악습을 없애기 위해 올해 15학번 신입생들에게는 졸업반지 예치금을 아예 받지 않았다. 그리고 1월 20일, 전 학생회 대표들과 예치금 누수 문제를 해결해 손실된 금액을 보전할 때까지 '졸업반지 신청 대상인 10, 11, 12학번 학생들에게 예치금을 반환하거나 지원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에 해당 학번 학생들은 예치금 6만 원(12학번은 8만 원)을 내고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약 10만 원 상당의 졸업반지비를 전액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피해 학생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3월 12일 현 학생회는 작년 46대 학생회에서 이월된 14학번의 졸업반지 예치금에서 올해 졸업반지비를 충당해 쓰기로 결정했다. 사건은 이로써 일단락된 듯했지만 이후 14학번 학생들의 졸업반지 신청 기간이 돌아오면 다시 예치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45대 학생대표 이모씨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졸업반지 예치금을 학생회비와 혼용해온 더 위의 기수부터 차근차근 따져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지적에 대해 현 학생회에서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43~45대 학생회의 통장 내역 선공개만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대 소속 정모씨(생명과학과)은 "졸업반지 예치금 제도를 너무 급격하게 개선하려 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언젠가 없어져야 할 악습인 것은 분명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