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직속 구조로 국립대와 달라 “정보도 지침도 부족” 대응 늦어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대 회계법) 시행으로 공립대학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법률 논의 전후 과정에서 공립대학은 소외됐다는 것이다. 예산 처리 절차도 국립대와 공립대학은 큰 차이를 보인다. 공립대학은 시도 자치단체 직속기관이므로 교육부 관할이 아니라는 구조상의 문제 때문이다. 국립대 회계법을 공립대학에도 ‘준용하여 적용한다’는 문구만 삽입했을 뿐 공립대학들의 특수한 상황은 결국 공립대학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8개 공립대학들은 국립대 회계법의 여파를 같이 겪고 있다.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공립대학들은 모두 전문대학이다. 국립대와 달리 공립대는 각 시도 자치단체의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 의해 운영된다. 국립대처럼 기성회비를 걷어 운영했던 것은 같다. 따라서 국립대와 공립대 모두 국립대 회계법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

국립대와 공립대가 다른 점은 기존 기성회계가 차지하던 비중이다. 국립대와 달리 공립대의 경우 기성회비의 비중이 크진 않았다. 국립대는 기성회비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80%에 육박했다. 공립대는 전체의 10~20%의 비중만 기성회계가 차지했다. 또 국고지원 예산인 일반회계가 ‘특별회계’라는 예산으로 운영된다. 국고가 아닌 지자체 예산 지원금이다. 단, 서울시립대는 예외다. 이 대학은 오히려 국립대와 비슷하다.

공립대는 지방행정서기관인 사무국장이 일부 학교 행정을 담당한다. △ 직원 인사관리 △ 대학운영 기본계획 수립 및 심사 분석 △ 예산의 편성·집행·결산 △ 학술 연구활동 지원 및 연구비 관리 등 학사업무 외 분야들을 총괄한다. 공립대 예산은 시도 지자체와의 긴밀한 연관 아래 꾸려진다.

국립대 회계법의 영향이 국립대와는 다른 이유는 지자체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지난 26일 입법 예고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 규정안 제2조에서는 공립대학은 같은 법률을 준용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해당 조항은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공립학교에 대하여 준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립대 회계법을 ‘국립대’를 ‘공립대’로, ‘국가’를 ‘지방자지단체’로 바꾸어 적용하라는 것이다.

공립대 관계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립대들이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공립대는 국립대보다 대학회계로의 예산편성이 더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립대의 상황에 준해 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대의 상황을 참고해 공립대에 맞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의회 예산 승인을 받아야하는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공립대의 경우 아직 시도의회 차원에서의 예산 승인 절차를 시작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공립대 설치 규정 중 특별회계 관련 내용이 있는 경우 대학회계 관련 조례로 개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공립대도 있다.

공립대는 국립대 회계법에 논의 절차에서도 소외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교육부 관할인 각 국립대는 교육부 차원에서 행정지도가 가능하다. 반면 공립대의 경우 소속이 시도 지자체다. 대학회계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공립대의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상지역 모 공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려준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어서 거꾸로 시도의회에 행정 개선을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립대보다 항상 늦게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국립대 회계법 이후 공립대는 지자체와의 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직원 채용과 행정 권한도 대학으로 더 넘어온다는 점 때문이다. 예산안 승인 절차도 세부내역에 대한 모든 승인 절차 대신 예산 전체에 대한 승인으로 바뀐다.

모 공립대 재무과 관계자는 “공립대는 국립대보다 규모는 작아도 시도의회와 협의할 일은 더 많아졌다. 예산 편성 및 심사권을 두고 시도의회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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