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공립대 “준예산도 집행 못해” 혼란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국공립대들이 준예산이라는 임시 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대 회계법)이 공포·시행된 후 지난 26일에서야 시행령이 마련됐다. 전환되는 예산 정책에 대학들도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학생회 지원금, 학보사 발행비 지원이 늦어져 고전하는 대학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에선 이 혼란이 최소 몇 달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공립대들은 임시 예산 체제인 준예산을 통해 대학회계로의 전환 전 단계를 거치고 있다. 지난 13일 제정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되기 전까지 각 대학들은 전년도 예산에 준해 경비를 집행할 수 있다.

준예산이란 지난해에 사용된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했을 경우 법률상 의무지출 내역이나 공공요금, 계속사업 등 한정된 내역에 한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국립대 회계법 제18조(예산불성립 시의 예산집행)에 의하면 △ 교원, 강사, 조교 및 직원 등의 보수 △ 국가지원경비 △ 교육·연구에 직접 사용되는 경비 △ 학교시설의 유지·관리비 △ 법령 및 계약에 따라 지급의무가 있는 경비 △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경비 등에 한해 준예산으로 집행가능하다. 추후 재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올해 예산이 의결될 때 준예산으로 집행된 내역들도 의결된 예산에 따라 집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국공립대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26일에서야 시행령이 마련된 탓이다. 국립대 회계법 통과가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가 늦어지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대학회계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재정위원회를 통해 예산 심의 및 의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위원회 구성과 의결, 예산안 편성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끝나려면 대부분의 국공립대들은 빨라야 5월에 마무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일부 대학들은 국립대 회계법 통과 전부터 준예산 체제를 준비했다. 기성회 이월금과 일반회계 등으로 먼저 예산 집행을 시작하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 지역 모 국공립대는 아예 준예산 없이 바로 대학회계를 5월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예산을 충분히 확보했다. 재정위원회 구성 후 예산 편성해서 바로 5월 1일자로 대학회계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준예산 체제 준비조차 끝나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 각 국공립대가 우선순위별로 준예산을 책정하면서 학생회비나 학생지원금 지급을 줄이거나 미루고 있는 경우들도 생긴다. 전남 지역 모 국공립대 역시 준예산 체제 전환 준비 중이다. 이 대학 재무과 관계자는 “준예산으로 필요한 예산 규모와 내역 등을 산출 중이며 27일까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모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는 정원을 사립대보다 훨씬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국고 지원예산은 적다. 행정 부서 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반토막이다. 예산 집행 우선순위를 고려하다보면 학생회비나 학생 생활지원 예산 등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충북의 모 국립대의 경우 지난 23일에서야 각 행정부서  필요한 예산항목을 취합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대학은 사전 준비 과정이 미흡해 기성회 이월금이 없는 상태로 새 학기를 맞았다. 학생회 지원금이나 학보 발간 비용 등 일부 학생 지원금 지급이 학기 시작 한 달 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은 “학기 시작 후 예산도 마련되지 않아 일부 행정 과정은 정지 상태에 가까웠던 것으로 들었다. 학생 활동 지원금도 25일에서야 지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공립대학들은 혼란스러운 한 학기를 지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회계로 통합되지 않아 일반회계와 기성회계까지 함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입법예고 된 시행령을 바탕으로 각 대학들은 행정 통합 절차와 기성회와의 관계 정리 등 국공립대에는 여러 절차들이 산적해있다.

강원 지역 모 국공립대학 재무과 관계자는 “시행령이 시행되더라도 각 대학 차원의 규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회계 시스템 처리 관한 사항도 교육을 받아야 처리할 수 있다. 대학회계 운영 과정 전 과도기라 여러 시행착오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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