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원(본지 논설위원/한국대학평가원장))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고등교육체제 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국제적으로는 WTO의 등장과 함께 무한경쟁시대의 돌입, 유럽국가들의 유로 통합과 인적교류 활성화, 미국의 경제회복추세와 수퍼파워 헤게모니, 일본의 강경 우경화 드라이브, ASEAN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교류확대 촉진, 그리고 최근 중국 주도의 경제 및 교육 인프라 체제 개편, 북한의 핵무장과 군사적 위협 증가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환경 변화에 따른 고등교육시장 변화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다른 한편, 국내적으로는 출산율 감소, 반값등록금, 각종 공적자금과 연금 등의 재정 감소, 계층 간 갈등심화와 복지 요구 증대, 기업경쟁력 약화 위기와 취업 불안 그리고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정원감축, 부실비리대학에 대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불신팽배 등 그야말로 고등교육경쟁력 악화 요인이 산적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불안감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모습이 바로 오늘의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움츠러든 서글픈 심리적 자화상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움츠러든 대학의 자화상이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조성 노력과 대학의 자율적인 창의적 노력이 조화롭게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화로운 노력이 효율적으로 집중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정책의 큰 마스터플랜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현재 추진되어 온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을 바라보면서 이번 정부의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맥락에서 그러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의 추진과정과 방법이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면서 교육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개인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법인격이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존중받고 있는가. 둘째,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고등교육정책의 실현 방법과 과정이 어떠한 정치철학적 맥락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 보수와 진보 담론으로 보아 이번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셋째, 국제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등교육정책의 청사진은 무엇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대학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정책 추진에 있어서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이러한 기본적인 쟁점을 자문해 보면서, 국내외 환경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 마스터플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아울러 이번 박근혜정부는 국민행복 추구를 표방하는 소통의 정부이기에 지금의 일그러진 대학의 자화상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기대하는 것은 정말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갖는 지나친 욕심 때문인지를 곱씹어 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