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한국 대학 문제의 상징”

▲ 26일 중앙대 정문 앞에서 '위기의 한국대학-현 시기 대학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전에 마련했던 장소가 갑자기 취소돼 정문 앞 거리에서 진행됐다. (사진=차현아 기자)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중앙대가 학사 구조개편 작업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한국 대학의 위기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회 개최를 위한 강당 사용 불허 통보와 갑작스런 학칙 개정안 공고로 중앙대에선 학사 구조개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문 앞에서 26일 중앙대 교수협의회 주관으로 ‘위기의 한국대학, 현 시기 대학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중앙대 교수 공동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학생공동대책위원회, 한국대학학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성균관대 문과대학 교수협의회, 인하대 교수협의회 등이 주최하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대학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와 중앙대의 학사구조개편 내홍을 진단했다. 주제발표를 통해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회장(덕성여대 교수)은 “현재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대학의 병폐를 해소하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윤 회장은 “국가와 사회 전체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대학은 취업률을 늘릴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대학을 등급화해 하위 등급 대학은 재정지원도 적어지고 국가장학금 지급도 제한된다. 중간 등급 이하 절반 이상의 대학들이 모두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휘둘려 이번 학사 구조개편안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학사 구조개편안의 골격인 전공선택제와 모집단위 단과대학 차원의 광역화가 초래할 문제점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5일에는 단과대학 단위 입학정원 배정을 내용으로 하는 학칙개정안이 공고된 바 있다. 일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상 학부제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공고 후 20일 이내에 대학평의원회에서 의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학부제 운영이라는 큰 틀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24일 교무위원들이 “교내외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중앙대 학생공동대책위원회 곽진경 씨는 “전공 선택제로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학생들 간 인기 전공을 놓고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학과제 폐지로 학과 공동체의 붕괴 등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세부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통하는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과제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 회장은 학부제의 문제에 대해 “학과제를 폐지하고 전공 선택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나쁜 건 아니다. 다만 학문 연구에 있어서 학과제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특정 전공으로 학생 선택이 쏠렸을 경우 충분히 교육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준비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학과를 없애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앙대가 처한 현실이 결국 한국 대학이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는 언급도 나왔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결국 중앙대처럼 취업 중심으로 대학을 재편하겠다는 움직임은 국가와 기업이 져야 할 취업난을 대학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이해에 맞지 않는 인문학과 같은, 성찰적이고 개성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한 학문은 말살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초 R&D센터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는 시작 2시간 전 학교 측의 갑작스런 장소 대여 취소 통보로 정문 앞 길거리에서 열렸다. 토론회 진행 도중 집회신고로 현장에 동작경찰서가 단속을 나오기도 했다. 

이강석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2주 전에 이미 대강당 사용 승인 신청을 했다. 어제 오후 학교 측이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라며 취소했다”며 “외부 단체가 학내에서 여는 행사의 경우 시설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학내 규정에 따르려 했다. 이것도 학교 측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