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대학사회의 위기가 감지된 지난 수년전부터 냈어야 할 목소리들이 이제서야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지난 25일 발족한 서울총장포럼에서는 중앙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20개 대학 총장들이 모여 고등교육이 처한 위기를 인정하고 극복방안을 논의했다. 총장들은 대학이 MOOC 등 온라인 공개강의가 확대되는 세계적 추세에 발 맞추고,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등 국내를 넘어 세계 대학과의 경쟁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들도 대서특필했다. 대학총장들이 개혁의 주체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외적으로는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등으로 대학사회의 위기가 도래했으니 우리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그런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지가 대학위기 기획시리즈 등을 통해, 또 총장들의 모임에서 계속해서 외쳤지만 교육부도, 서울의 규모대학들도 언론이 원래 그러려니 남의 나라 얘기처럼 꿈쩍도 안했었다. 입학자원 확보에 무리가 없었던 서울지역 규모대학 대학 총장들은 바로 얼마 전만 해도 ‘대학의 위기’라는 어휘조차 입에 담기를 거부하지 않았나.

부족한 입학자원과 취약한 졸업생 취업여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서울지역 대학 총장들의 자성은 “이제서야”라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라도”라며 반가운 일일게다. 앞으로 닥쳐올 대학의 위기는 국공립대 사립대 수도권대 지방대 4년제대 전문대 구분없이 쓰나미처럼 밀려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국의 대학 총장들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낼 때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의 위기극복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자율성을 확보하기에 적기라는 얘기다. 대학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자신있게 혁신에 성공한다면, 고급화된 교육·연구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비로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부와 사회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다.

대학이 변하는 만큼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의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 위에 군림하고 줄세우기를 하는 부서가 아니라 황우여 부총리가 공언한 바처럼 대학들을 전폭 지원하는 부서로서 역할을 다 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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