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대외협력위원장/경일대 교수)

대학마다 교육부가 제시한 구조개혁 평가지표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쁘다. 평가결과 처리의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여당은 작년에 발의한 소위 ‘대학구조개혁법안’의 공청회를 서두르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의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부와 국회의 분주한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야겠으나 안타깝게도 먼저 심각한 문제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7일 공청회가 열릴 ‘대학구조개혁법안’은 부실의 책임이 있는 사학재단에 ‘퇴출경로 제공’이라는 명분의 특혜를 안겨 공익재산을 사유물처럼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리사욕 추구에 한눈파는 사학재단뿐 아니라 보통의 재단이라도 유혹을 느낄 만한 퇴출의 행로가 아닐 수 없다. 이 빗나간 특혜 법안이 시행된다면 사학 분란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은 불문가지다.

대학개혁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교육부의 태도 또한 이해하기가 어렵다. 부정부패 척결을 선포한 국무총리의 담화문에 이어 비리 근절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 표명까지 있었지만 교육부는 드러난 비리사학의 처리조차 미온적이다. 비리를 용인한다면 어떤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방산비리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행위라면, 교육비리는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망국의 범죄라는 것을 교육부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는 불거진 비리사학 문제부터 신속히 처리하여 부패와의 전면전에 돌입한 총리와 보조를 맞춰 국민의 불신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 산업체의 인력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우려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지원을 무기삼아 취업률을 지표로 내세워 모든 대학에 직업훈련원과 같은 기능을 강제한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다변화의 시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창의적ㆍ비판적 지성이 더 큰 힘으로 국가를 지탱할 것이다. 산업체 인력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자체, 기업, 시민들과 손을 잡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산업을 일으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해가는 상호협력과 조화의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대학을 교육부가 지원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양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수 있다. 교육재정 확충도 중요하지만 지원방식의 타당성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줄 세워서 하사하기 식의 구각은 이제 벗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각종 갑질 사건, 유아폭행, 방산비리 등등 이어지는 사건사고를 통해 교육자라면 우리 교육이 건전한 의식의 민주시민과 존경받는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참에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개혁다운 대학구조개혁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자면 개혁을 이끌 위치에 있는 분들은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와 같은 부정부패에 대한 단호함과 타게 에를란데르 스웨덴 전 총리처럼 포용력과 인내심으로 이끌어내는 긴 대화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격변의 미래에 대처할 우리의 교육에 대해 꾸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소수의 사람만으로는 감당하기에 버거운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근년 한국 대학의 바람직한 변혁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있는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는 어떤 대화에도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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