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방·수도권大 표 떨어질라" 野 "고등교육 장기적 교육전망 나와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4월 임시국회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학가는 여야의 ‘대학구조개혁법(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당정협의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의 4월 내 처리를 협의한 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임시회 개의에 맞춰 7일 관련법 공청회 개최를 여당과 합의하자 법제정을 반대하는 교수·학생단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청회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각은 차갑다. 일부 교수들은 ‘공청회 개최에만 합의했다’는 새정치연합의 해명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교수단체장은 “야당이 딴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엄중한 시기로 보고 있다. 교수들이 연대해 실력행사를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법은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입각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법안이다. 대학평가를 바탕으로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통계청과 교육부는 오는 2018년부터 고교졸업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줄어드는 학령인구 감소현상이 시작돼 2023년이 되면 약 16만명의 입학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교육부는 지난 이명박 정권부터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정책을 펴왔다. 대학구조개혁법은 전국 대학을 A~E 5개 등급으로 나눠 정원감축과 운영자율권 등을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현재 교육부의 5단계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근거법이다. 김 장관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사실상 교육부가 설계해 준 정부안에 가깝다.

새정치연합은 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공청회 일정을 합의한 지금도 법안 반대 입장은 뚜렷하다. 무엇보다 법안이 비리사학의 ‘먹튀’를 허용할 수 있다는 데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원활한 대학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명분 아래 법안은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자진 해산 시 잔여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설립자에게 되돌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공익 혹은 사회복지법인 등에 출연하는 형태를 띄도록 했으나 기본재산 출연자 중 대통령령에 따른 생계곤란자에게 생계비·의료비 및 장례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놨다.

또 잔여재산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재산을 귀속시킬 수 있게 하는 등 독소조항이 많다. 이밖에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사립학교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대학운영을 위한 규제법들을 모두 무시하고 재산처분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특별법’의 지위를 갖고 있어 우려는 더 크다.

새정치연합은 법안 발의 초기부터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출구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비리사학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법안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왜 공청회 일정에 합의했을까.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제정법이기 때문에 공청회 일정이 필수다. 논의안건으로 상정된 이상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청회 합의가 법안 합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간에 쫒기다가 등떠밀려 합의에 나서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보다 직접적인 해답은 여야관계에 있다. 통상 여야는 국회 개의에 앞서 당의 정견에 따른 중점법안을 분류한다. 새누리당은 당정협을 통해 드러났듯 공무원연금법 등을 주요 처리법안으로 보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안 또한 주요 논의 대상이다. 이렇듯 상대당에서 당론차원으로 논의하는 법안을 초지일관 반대만할 수는 없다. 새정치연합 역시 교육공무직법안 등 중점처리 법안이 있기 때문에 공청회 일정을 두고 입씨름할 필요는 없었던 셈이다.

새정치연합이 법안을 바라보는 우려는 보다 장기적이다. 이미 올해초부터 대학구조개혁법안의 대체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진은 대학구조개혁법에 철학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만 있고 고등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한 비서관은 “교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대학구조개혁 대체법안도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의 반대항에 그치고 있다. 진정으로 국내 고등교육을 염려하는 제언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학구조개혁 대체법안을 준비하는 교수단체는 한국대학학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두곳이다. 또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수노동조합도 대체법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야당 한 의원실은 대학학회의 대체법안 원칙 등을 수용한 안을 법안으로 마련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사교련은 4월 중순 대체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하려 했으나 여야가 대학구조개혁법 공청회 일정에 합의함에 따라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수단체의 우려처럼 4월 임시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이 순탄하게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크다. 특히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실들에게 대학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 논의는 반갑지 않다. 특히 대학구조개혁법이 대학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신경도 곤두서있다.

이미 당정협 당시에도 대학구조개혁법 논의에 부정적인 지적이 잇달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정협은 말그대로 협의를 하는 자리”라며 “4월 임시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한 것도 아니고 지방대 고사 등에 대해 강도높게 불만을 토로한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구조개혁법이 고등교육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새누리당 내부에서 나왔다. 학령인구가 감소해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사학위 수를 줄인다는 정부가 전문대에는 수업연한 자율화로 학사학위를 수여토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처음엔 간호학과 등 일부 학과에만 학사학위를 줄 수 있게 하겠지만 규제라는 것은 한번 풀면 계속 풀리기 마련이다. 아예 전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4월 통과는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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