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본지 논설위원/단국대 교수/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집행위원장)

대학운동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체육특기자 비리 문제로 시작해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가속화되면서 대학운동부는 몇 년 전부터 천덕꾸러기로 변하고 있다. 정부의 별다른 처방 없이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학운동부가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은 너무도 뻔하다. 
 
실상은 이렇다. 현재 전국의 4년제 204개 대학 중 80% 가량인 160개 대학, 2~3년제 전문대 137개 대학 중 50%에 해당하는 67개 대학이 다양한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은 이 운동부에 적게는 수백만 원으로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 그리고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등으로 인해 각 대학은 운동부를 말 그대로 학내 구조개혁과 재정지원 제한의 우선 살생 순위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밀려올 엄청난 부담에 대비해 이미 2013년도에 전국 42개 운동부가 해체됐고, 체육특기자 모집 대학이 2013년도에 34개교나 감소했다. 그리고 축구, 농구, 야구, 배구 등 프로 선수로의 진출이 가능한 종목을 제외한 소위 비인기 종목들은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여 있다. 인기 종목의 경우에도 이미 많은 대학에서 이전에 제공하던 장학금을 선수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든지, 무상으로 제공 받던 기숙사와 식사 비용을 선수들이 납부하는 사례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운동부가 대학이라는 교육제도 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대학교육의 목표 실현에 매우 부합하는 학생활동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잘못된 시각이나 기대 때문에 그렇지 대학운동부는 여전히 신체적으로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삶에 대한 최종 준비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선수들에게는 직업 세계로 가는 꿈과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 실업과 등록금 마련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재학생들에게 재밋거리가 되기도 하고 신체적 여가활동의 모델 내지 동기 부여 역할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동문과 대학 구성원들의 애교심도 자극한다. 더욱이 국가 스포츠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아무리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려고 해도 국가 간 경쟁이 불가피한 국제 정세에서 국민의 자존심과 사기를 지켜내는 국가대표팀의 산실과 토양 역할을 대학운동부는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 마지막 역할에 정부는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이나 투자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대학평가로 교육환경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대학 운동부는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평가를 통해 교육 환경과 여건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등을 돌릴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 와중에 대학운동부와 같이 아무런 이유 없이 유탄을 맞고 신음하는 사례는 없는지 정부, 특히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좀 신중히 그리고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대학운동부는 그야말로 대학 총장들의 교육적 결단과 배려, 그리고 희생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러한 헌신은 불가피한 경우 중단되거나 포기될 수 있다. 오죽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부터 비인기 종목에 대해 30여억 원에 이르는 긴급 예산을 투입했겠는가. 올해도 이 사업은 계속되는데 이 또한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 
 
모든 대학이 모두 같은 수준에서 대학운동부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대학평가의 정규 항목에 대학운동부 활동을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센티브 항목으로 추가 선정해 대학의 눈물 나는 노력에 교육부는 화답해야 한다. 현재로써는 그 길만이 대학운동부를 한국 땅에 살리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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