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 한때 사용할 ‘단발성’ 문구… 존재감 오히려 상실 ‘역효과’

오래두고 곱씹어 볼 UI·슬로건 주효해… 대학의 철학·정신 담겨야

▲ 대학 홍보의 세계는 그 대상과 방법에 있어 무궁무진하다. 홍보대사 선발은 그 중 하나. 최근 대학가는 각 대학을 대표하는 홍보대사 모집·선발에 들어갔다. 건국대는 최근 제18기 홍보대사 ‘건우건희’ 모집선발을 완료했다.(제공=건국대)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대학가가 신학기를 맞아 홍보대사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젊고 건강한 에너지를 안고 카메라 앞에 선 재학생 경쟁률만도 40대 1을 넘어선 학교도 있다. 대학 홍보대사는 대학 홍보 모델 역할은 물론이고 학교 안팎의 의전활동과 신입생 유치전쟁의 최일선에서 선다. 예비 대학생들의 캠퍼스 투어 진행도 이들의 몫이다.

홍보대사의 활동은 그러나 대학홍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시기마다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대학 홍보 시계, 전국의 대학가는 소리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전국의 대학들이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확대'를 위해 쏟아내는 노력의 흔적은 신문과 방송 광고부터 교명이 박힌 학용품과 기념품, UI와 슬로건,  인스타그램 등 SNS까지 다양하게 펼쳐져있다.

■ ‘교수, 재학생부터 졸업생, 수험생, 지역사회까지’  모두가 홍보대상 = 홍보 즉 PR(Public Relation)은 대중과의 관계를 말한다. 대학 홍보는 대학의 설립목적과 교육방침, 각종 교육 연구 그외 사회봉사 등교내외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각종 매체를 통해 알리고 대중들에게 대학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 확인, 유지하기 위한 쌍방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학 홍보는 대내외 관계자를 대상으로 폭넓게 이뤄진다. 흔히 입시철 대학 광고를 떠올려 수험생, 학부모, 진학상담 교사만을 홍보 대상자로 한정하기 쉬우나 실제는 졸업생(동창생), 지역사회, 정부와 기업 등 뿐만 아니라 대학 내 재학생, 교수, 교직원들도 홍보의 대상이다.

우관섭 배재대 홍보팀장은 “PR이 대중과의 ‘관계’를 의미하듯 대학의 내외 관련자 모두가 홍보 대상자가 된다”며 “졸업생, 지역사회, 수험생, 교사 등에게는 대학의 긍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이미지를, 대학 내 직원들에게는 대학의 정책과 목표, 미래 비전 이해와 함께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홍보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지지와 협조로 성장한 지역의 대학들은 대학 내 시설물(운동장, 체육관, 전시공간 등)을 지역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에 민감한 수험생들과 학부모, 진학교사는 물론 교육정책을 펴 나가는 행정·입법기관 등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해당 대학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 광고부터 공연, 강연회, 로고 새겨진 생활용품, 초콜릿까지 = 홍보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이용한 대학홍보는 지난 1995년 이후 활발하게 이뤄졌다. 현재는 신문을 이용한 홍보는 일반 대중에게 가장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이 됐다.

TV를 이용한 방법도 있다. 지난 1994년 대구대가 지역방송에 광고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많은 대학에서 총장 또는 동문 유명 인사가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TV는 짧지만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고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시청한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매체와 공연, 전시회, 강연회 등 이벤트 행사, 브로슈어 등도 대학 홍보에 활용된다. 학교 로고(LOGO)를 새겨진 학용품, 패션, 각종 생활용품이 교내 기념품점에서 판매되고, 홍보실을 통해 내방객들에게 무료로 배포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요즘은 노트북, 테블릿PC 등을 필기에 활용하면서 문구류가 전체적으로 매출 감소추세에 있다”며 “영업상 상품 디자인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로고가 새겨진 문구류 뿐만 아니라 패션, 생활용품 등에서도 최신 유행을 직감해 디자인을 교환,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텀블러의 경우, 지난해 유행했던 바벨형보다는 원터치 기능형으로, 티셔츠도 일반형보다는 후드티, 점퍼형 짚업 등으로 비치한다. 또 내방객 선물과 입시철 기념품으로 포스티잇과 볼펜이 함께 들어간 수첩류, 초콜릿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 흐름에 맞춰 디자인에 신경쓰다보니 연 매출도 꾸준히 증가추세다. 기념품관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액이 16억여원으로 지난 4~5년 동안은 꾸준히 15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학 홍보 시작은 70년대… 고등교육 양적 팽창 이룬  90년대부터 본격화 = 지난 1970년대 중반까지 홍보 부서를 둔 대학은 중앙대와 서강대 두 곳 뿐이었다. 나머지 대학은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대학총장 비서실에서 대행하거나 학보사에서 간단히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대학의 수가 급증하면서 대학에서도 전략적인 마케팅·홍보가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

임성택 동덕여대 교수(미디어디자인전공)는 “국내 대학에서 홍보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 된 것은 대학의 절대수가 급격히 늘어나던 1990년대”라며 “대학설립 자체가 쉬워지고 급격한 인구 감소가 시작된 1990년대 후반부터 모든 대학은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홍보협의회(Korea Universities PR Association)도 1997년에야 설립됐다.

실제로 1996년 7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자 신설대학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1997년에 20곳, 다음해는 7곳이 설립되는 등 2011년까지 총 63개 대학이 설립됐다. 현재 사립대학 5곳 중 1곳이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것이다.

▲ 건양대는 최근 제15기 홍보대사 ‘스마트 리더’ 모집을 완료해 선발을 앞두고 있다.(제공=건양대)

■ 대학 홍보비 1000억원 시대… 대학의 철학·정신을 담아라 = 최근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교육부와 언론사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막대한 홍보비를 지출하고 있다. 대학 이미지 제고·유지·관리를 통한 신입생 유치가 생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5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를 조사한 결과, 2009년(193개 대학) 985억원이던 홍보비가 2010년(198개 대학)을 기점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104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197개 대학)엔 1096억원이었고 △2012년(195개 대학) 1160억원 △2013년(194개 대학) 118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해 2010년 이후부터는 연간 1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 홍보담당자는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수입이 크게 줄다보니 어찌됐든 대학의 살림이 어려운 상황인데 홍보비를 막 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며 “홍보가 제대로 안되면 지역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은 물론 직접적으로 신입생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다. 모두가 비용절감형 효율성 높은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말했

이 담당자는 “기존의 옥외광고보단 예비 대학생들에게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거나 눈에 띄는 소수의 상품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모션 등의 방안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며 “이제는 직원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홍보가 잘 되는 학교가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는 ‘벤치마킹’도 서슴치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동규 대학홍보협의회장은 “대부분 대학의 홍보는 시즌별로 일정을 달리한다. 그 안에서도 한 차원 높은 위치에서 홍보전략을 짜야 하는데 당장 대학 내 진행해야 하는 평가나 신입생 모집 일정 등 눈 앞에 급급한 일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다보니 숲 아닌 나무만 보는 전략으로 홍보가 이뤄진다"며 또 “SNS등을 활용한 새로 고안된 홍보 방안들도 사실상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효과 검증이 어려워 다른 방안 찾기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한 사립대 홍보팀 관계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시간을 두고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진정한 홍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내 정책 결정자는 단번에 확 눈에 띄는 문구,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의 철학과 정신이 담긴 느리지만 차차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 그런 홍보가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홍보 방안도 고안해야 하지만 홍보의 질적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윤경 세명대 교수(시각디자인학과)는 “대학 UI(University Identity)나 슬로건은 해당 대학의 ‘브랜드’로서 애써 이야기 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핵심”이라며 “대학의 철학과 긴 호흡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수시로 바뀌는 단발성 슬로건은 오히려 대학의 존재감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창출이 목표인 일반 기업과는 달리 대학의 특성을 살린 홍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정선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과)는 “대학의 중·장기 전략을 세울 때 대학 고유의 특성화 정책을 고려하는 만큼 홍보도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대학은 좋은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홍보에 있어서도 고유의 특성화 방향과 취업 현황, 진출 분야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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