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와 학계를 중심으로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교육부. 교육부가 사라져야 대학과 고등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동안의 교육부는 군림 일변도의 정책하달부서로 인식되어져 왔다. 교육부 무용론의 근저에는 대학의 자율성은 온데 간데 없고 밀어붙이기식 정부정책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대학의 허탈감, 박탈감, 반발감, 그로인해 커져가는 불신감이 자리했다. 그동안 일부 불건전한 사학들의 비리로 학내 분규가 끊이지 않은 대학들이 분명 있었고 그래서 정부의 간여가 때론 필요한 경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령인구감소를 이유로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정원감축과 연계되고, 구조개혁 평가의 기준이 전 대학 줄세우기에 이르자 대학의 불만은 팽배했고 결국 교육부 무용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본지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는 그동안의 교육부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돼 참석총장들이나 간담회를 개최한 본지 관계자들이 적쟎이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이날 총장들의 질의에 일일이 답변에 나선 황부총리가 2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 내내 계속해서 반복한 말은 교육부가 대학 총장들 보다 대학 현장을 어찌 더 잘 알 수 있겠는가. 총장들이 함께 논의해서 개선안을 좀 만들어 달라. 교육부는 거기에 맞춰 최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황 부총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교육부가 바뀌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얼마 전부터. 황부총리는 상하관계나 주종관계가 아니라 교육부는 대학을 지원하는 부처다는 말을 취임하면서부터 여러 번 강조했다. 여타 부처가 대학을 없애려고 해도 보호하고 막아야 하는 게 교육부의 할 일이라고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구조개혁도 대학을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라 모든 대학이 제자리를 찾아 사회에서 각각 필요한 역할을 해내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대학이 산업현장의 수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좀 더 실질적인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과 발언들에 대해 대학관계자는 물론 교육부 관계자들까지 데면데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황부총리는 정치인 출신답게 취임 7개월동안 꾸준히 대학현장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소신을 얘기하면서 소통에 나섰다. 그러자 최근 들어 대학총장들을 비롯한 대학관계자들 사이에 교육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그는 각 대학의 현안과 관련 총장들의 고충이나 제안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으로 흘리기 보단 의견을 모아 안을 만들어주면 그 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반영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날 황 부총리가 대학의 재정압박을 풀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교육기금을 제안하면서 이같은 교육기금의 배분안도 대학에서 직접 내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동안 대학을 마치 산하기관 다루듯 했던 교육부가 대학을 국가경쟁력을 키워내는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서울총장포럼에서 대학 총장들이 이제라도 바꾸고 개선하자는 자발적인 개혁의지를 보여준 것을 시발점으로 대학들도 나서야 한다. 교육부 앞에서 주눅들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끌려만 다닐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책도 마련하고 자생력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교육부도 지원에 나설 것이다.
 
우려는 있다. 교육부의 변화조짐을 이끌고 있는 황 부총리가 정치계로 돌아가도 그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다소 비관적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우려와 비관의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교육부의 변화 조짐을 미리 일회성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대학이 처한 작금의 위기가 너무나 분명하고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의 위기를 대학 스스로가 헤쳐 나가야 한다. 위기를 헤쳐나기위해 대학들이 스스로 개혁하고 스스로 개혁을 주도할 정책안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이것이 그간 대학이 그토록 갈구했던 대학의 자율성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군림해서는 절대 대학의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 교육부의 변화조짐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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