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 전문가 5명 · 여야 의원 의견 엇갈려

학령인구 감소 피해 최소화. . . 법으로 구조조정 가능해야
법인 자진해산 조항, 조세제도 운영취지와 달라 입법 불가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으로 평가없이 입학정원 감축 가능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인위적인 대학구조조정과 대학퇴출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충돌했다. 법안이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지방대를 고사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일부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법안이 법인의 자진해산을 허용해 비리사학의 ‘먹튀’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간이 없으므로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후 3시 전체회의실에서 교문위 전체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現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법안은 대학을 평가해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오는 2023년이면 고졸자가 40만명으로 현재 대학입학정원인 56만명에 비해 16만명 가량 부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학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교육부는 이미 이 같은 취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있으며 올해부터 전국 400여개 대학을 A~E 5개 등급으로 나눠 입학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수등급인 A등급은 정원감축을 할 필요가 없는 반면 D,E등급은 강제적인 정원감축을 해야 한다.

공청회에 참가한 전문가 5명은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상이한 인식을 보였다. 법안에 찬성하는 일부 교수는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법안이라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안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대학구조조정은 현행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명시된 교육부의 정원감축 명령권한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맞섰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에 따른 대학별 정원감축은 평가지표가 공정하다고 전제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학령인구 감소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는 “이 법안을 지방대 살리기 법안으로 부르고 싶다. 법안의 내용에 담긴 평가를 통한 정원감축은 대학이 예측가능한 규모로 준비시간을 둬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감축방안이다. 설사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부작용이 있더라도 그를 완충할 교육부 정책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구 아주대 정보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법의 제정여부와 관계없이 대학에 대한 교육부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흐름이 그러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맞다. 다만 법안은 현재 수도권으로 서울과 함께 분류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경인지역 대학들에 대한 정책적 안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법안 내용이 입법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도 컸다.

임재홍 한국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발의된 법안은 대학교육질을 제고하겠다는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가 심각하고 고등교육의 현황과 개혁방향에 대한 고민이 없다. 또 고등교육 과잉공급을 초래한 교육부에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법안대로 대학을 평가할 경우 서열화를 넘어 대학양극화나 등급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립학교법인에 과도한 특혜를 인정하는 반공익적 문제도 있어 수정으로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다. 폐기가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교육의 질 제고라는 목적과 달리 전국 평균값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등 현행 법정 기준마저 무력화하고 있다. 또 대학 평가를 통해 대학의 교육과정과 운영 등까지 평가대상으로 내세워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여러 대학에서 일방적인 학사개편을 추진해 소모적인 갈등과 분규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의견도 갈렸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은 대학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주장하며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현행법으로도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고 법안의 목적과 수단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입법조사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학구조개혁법에서 학교법인의 자진해산을 허용한 25조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입법취지와 조세제도 운영원리가 상치한 것으로 부의 대물림을 위해 법인을 운영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교를 해산해 부를 대물림할 소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법안 자체에 맹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을 평가해 모든 대학을 일정한 평가지표로 줄세우고 이 가운데 하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매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구조개혁을 유도해 고사위기의 지방대와 전문대를 살리겠다는 취지의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은 조항이 전혀 없다. 이 법안을 시행한다고 입법취지가 관철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야당의 일관된 반대주장과 달리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시각이 갈렸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할 혼란을 생각하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미 과도한 대학평가지표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통해 완화됐다. 세부사항은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찬성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이종훈 의원은 “법안에 구조조정 개념은 있는데 구조개혁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 체질개선이나 경쟁력 제고에 대한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원감축만 있는 것은 기업이 경영개선 노력이나 신기술 도입 없이 정리해고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학의 문제는 다양화와 특성화가 실종된 채 서열화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평가지표를 봐도 일률적 지표가 거의 전부다. 획일적인 잣대다. 평가의 기본인 타당성과 공정성, 정합성에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를 참관한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영산대 총장)은 법안 통과를 통해 대학평가 근거를 마련한 뒤 부작용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구욱 회장은 “대학평가가 대학의 질을 견인해온 긍정적 측면이 많다. 법안 통과 뒤 대학의 장기적 발전방안 등에 대한 고심과 지원할 방법 등을 교육부와 논의해서 정책적으로 보완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공청회 뒤 “관계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간극이 커서 진통이 많을 것으로 본다. 논의된 내용과 전문가들의 진술내용을 토대로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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