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의원 "법안 심사여부 이전에 법안 자체에 맹점 존재"
법학자들 "비영리기관으로 특혜받은 재산 개인 귀속은 불가"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구조개혁법(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에서 자진해산한 학교법인에 증여세를 면세하도록 한 조항은 조세특례제한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법조사처와 법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이 조항을 입법할 경우 현행 조세제도 운영원리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의 요청을 받아 대학구조개혁법 제25조 학교법인의 해산에 따른 증여세 부과에 관한 특례조항을 검토한 결과 해당 조항이 ‘학교법인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학교를 해산해 부를 대물림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회신했다. 또 ‘공익적 사항에만 비과세하는 증여세 부과의 원리를 위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법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인용하며 대학구조개혁법 자체에 맹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과거 조세특례제한법 81조2의 조항을 연도만 바꿔서 되살리려는 것으로 당시 학교법인 해산시 증여세 부과 특례를 폐지한 입법취지나 현행 조세제도 운영원리와 상치된다”고 말했다.

학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법학자들 역시 시각은 같다. 이성주 수원여대 교수(세무회계정보과)는 “조세특례제한법은 비영리기관이 수익사업을 펼쳐야 할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해준 법안이다”며 “이 같은 특례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대학재산이 개인에게 환원되는 것은 조세특례제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사학은 최초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한 뒤 대부분의 운영비를 공적자금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왔다.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설립자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은 공공재산의 사적강탈에 가까운 행위다. 교육은 공공적 대의로 이에 따른 세재혜택까지 받아왔음에도 어려우니 제몫을 챙겨나가겠다는 것은 학생과 교육을 볼모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학구조개혁법 25조는 법안이 ‘먹튀법안’으로 비판받는 핵심조항 중 하나다.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은 제4장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특례 제23~27조에 걸쳐 대학의 해산시 설립자가 출연재산의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이를 두고 ‘대학구조조정을 촉진시킬 수 있는 퇴로’라고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인위적인 대학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법안에 따를 경우 설립자에게 돌아가는 ‘잔여재산’의 규모는 그간 법인과 설립자가 내놓은 출연재산의 약 3.5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가 7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등에 지정된 바 있는 94개 ‘퇴출 후보군’ 대학의 경우 5조 7000억원인데 반해 설립자 출연재산(법인 출연기본금과 설립자기본금)은 2조 가량에 불과하다. 출연한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돌려받는 셈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법이 통과되면 사학법인들이 대학을 유지·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손익계산을 통해 자발적 퇴출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퇴출을 염두에 둔 사학경영진이 돌려받을 재산 확대를 위해 교육여건에 투자하지 않고 적립금을 축적하거나 토지·건물 등 기본재산을 확보하는 데 힘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교수단체는 국회가 이 조항을 법안 통과를 위한 협상의 조건으로 악용해선 안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법적으로 입법 자체가 불가능한 하자있는 조항을 대상으로 여야가 협상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