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본지 논설위원/ 성신여대 교수)

대학 구조개혁 법안이 이슈가 되고 있고, 대학이 위기라는 기사가 매일같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이 처해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인가? 첫째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의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학을 졸업하여도 직장을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들은 정원을 감축하고 취업에 유리하도록 산업 현장에 맞는 교육을 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학 정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산이다. 지금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학 1학년 나이에 해당하는 1996년 출생자는 69만 명인데 반해 중학교 1학년인 2002년 출생자는 49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의 요구대로 정원을 감축한 다음에도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정원 감축은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저출산은 최근에 시작된 현상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놀랍게도 합계출산율 1.74를 기록한 1984년부터 시작됐다.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 게으름의 결과는 오늘날 혹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다 교육부는 오히려 대학 정원을 늘리고 대학의 난립을 조장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 인구 통계도 살펴보지 않은 무책임한 정책이었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교육부는 자신의 실책에 관해서는 침묵한 채 이제 와서 대학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대학을 옥죄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왜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기 어려운 현실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졌던 비정규직이 이제는 어느덧 사회의 표준처럼 변질됐다. 청년들은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긴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 꿈도 가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갈수록 혼인 연령이 늦어지게 되며, 자녀 갖기를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학은 취업률 경쟁과 직업 교육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대학의 직업 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의 일자리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아무리 취업률 경쟁을 시키고 직업 교육을 강조해도 사회 전체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공공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함부로 착취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정직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확립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수 있지 대학에 직업 교육과 취업률 경쟁을 강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학 위기에 대처하는 현재의 교육 정책은 진단도 잘못되었고 처방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처방을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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