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대학의 모습과 대교협의 역할
[사설]미래대학의 모습과 대교협의 역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일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유료화를 선언했다. 정기 구독료를 내야 볼 수 있는 유료채널 운영 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무료 컨텐츠를 통해 세계인의 생활 속에 깊숙히 침투한 다음 사용자들이 저항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이제부터는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가까이는 애플의 아이튠즈가 이같은 전략으로 세계를 석권했고, 멀리는 영국이 아편을 통해 중국을 굴복시켰다. 플랫폼 전략의 무서움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교육 기관들이 '무료'와 '공익'이라는 그럴듯한 기치로 코세라, 에드엑스, 유다시티, 퓨처런과 같은 수 많은 플랫폼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대학과 정책 당국은 과연 이에 맞설 준비가 되어있나.

아직도 많은 우리 대학들이 세계 대학평가 200위 진입 등을 목표로 내걸고 대학을 경영한다. 정체 모를 각종 기관들이 세계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할 때면 좋은 순위를 거둔 국내 대학들은 이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뿌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 대학평가 기관들이 우리나라 대학들로부터 서비스에 차등을 두어 돈을 거둬 간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앞에서는 항상 우리 대학을 걱정하는 것처럼 자임하는 유수의 국내 일간지들도 뒤로는 저마다 대학평가를 만들어 대학들의 홍보비를 거둬들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대학평가의 공정성과 경쟁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학 순위를 높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평가의 1,2,3위를 차지하는 소위 명문대학조차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

세계의 미래학자들은 2030년이면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400여개에 달하는 대학이 200여개로 줄어들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는 사립대와 국립대, 수도권대와 지방대, 4년제와 전문대, 일반대와 원격대의 구분이 없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어느 대학이라도 사라질 수 있다. 미래사회는 자의식 강한 엘리트보다는 원하는 기술을 갖춘 맞춤형 인재를 선호한다. 과거에는 반드시 명문대학에 가야만 들을 수 있었던 양질의 정보와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무크(Massive Online Open Course, MOOC)는 전통적인 개념의 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미래의 모습 즉 메가트렌드는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동의하는 '거대하고 분명한 흐름'으로서, 개인이나 국가가 저항한다고 그 물결이 바뀌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204개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우리나라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 20여개를 향후 10년 안에 세계 200위권 내에 들어가는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대학 국제경쟁력 강화 플랜을 짜고 있다고 한다. 3년~5년 안에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세계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고등교육현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교협의 계획은 미래대학예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계 200위는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 여러 대학평가기관 중 어느 기관 랭킹으로 200위를 말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고등교육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특히 지방대학들은 거의 고사지경에 이르고 있는데 유명 사립대를 중심으로 세계적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대교협의 상황인식은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장기적인 발전 전략은 지혜의 집적체다. 게다가 한 대학이 아닌 전체 대학에 장기 전략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전문가들의 연구, 각계 교육전문가들의 토론, 여론의 수렴을 거쳐야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다. 1년 임기가 관행인 대교협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내놓은 '구상안'에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지금은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은 물론 교육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관용어처럼 쓴다. 이 표현은 본지가 27년전 창간할 때 사시로 내걸었고 창간 이래 한결같이 강조해온 대학신문의 금과옥조다. 본지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조정과는 결이 다른 미래적 위기를 예견하고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대학이 사라진다' 기획 보도와 좌담회, 대학경영자 면담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 결과 많은 대학 총장들을 비롯한 경영자들로부터“지속가능한 미래대책을 세워 동참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데 노력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본지가 대학과 정부, 기업 3자가 함께하는 대학 위기대응 공동 플랫폼 ‘대학경쟁력네트워크(UCN:University Competitiveness Network)' 구축을 선언하기까지는 고심에 고심이 거듭됐다. 대학구조조정에 매몰된 작금의 위급한 상황에서 미래 전략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당장 환영받을만한 일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미래위기의 실체'를 드러내놓고 얘기하고 대학위기와 미래에 닥쳐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했다. 그래서 본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으로 대학의 성격과 규모, 소재지 구분 없이 공동으로 미래 전략을 연구하고 수립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같은 본지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원격대학협의회를 비롯한 각 지역별 대학협의체, 개별 단위대학 총장들의 격려와 지지는 큰 힘이 되었고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유독 대교협만이 본지의 '대학경쟁력네트워크' 발족에 불만을 표하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지금 본지가 추진하고자하는 일은 적어도 대교협이 이미 선제적으로 해왔어야 하는 일이다. 1982년 설립된 순간부터 대학의 자율성과 규제완화 등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대교협이 아직도 교육부 2중대 소리를 듣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대학의 현안과 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갈등의 조정에 힘써온 대교협의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를 함께 논하자는 대승적인 제안을 협의회의 청사진과 다르다고 해서 거부한다면, 대학 협의체의 맏형인 대교협이 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종신이라면 모를까 1년 뒤에 대학 총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대교협 회장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무시하고 혼자서 마이웨이 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닥쳐올 미래에는 4년제, 2년제, 원격대 구분없이 쓰나미가 몰려온다. 미리 대비하자고 본지가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