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대학 '지방대 살리기에 한 몫할 것' 기대감 표시

▲ 호남고속철도를 개통했던 지난 2일 호남대는 ‘반나절 생활권’을 알리는 ‘통학이벤트’를 마련했다. 새벽 5시 20분 용산역을 출발하는 호남고속철 개통호에 수도권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교직원 등 60여 명이 탑승해 호남대에 도착했다.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근 대학과 대학병원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수도권 학생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해지면서 호남권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환자유출이 상당했던 전남지역의 대학병원들은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까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 대학병원은 전문영역을 특화하거나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환자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지방대 활성화 도움 기대…비용은 숙제’ = 호남고속철도는 지난 2일 용산~광주·송정 구간 KTX 운영을 시작했다. 호남고속철도를 이용할 경우 용산에서 광주·송정역까지 1시간 33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이는 기존보다 66분이 줄어든 것이다. 목포역부터 용산역까지는 약 2시간 5분이면 갈 수 있다. 소요시간이 줄어들자 호남지역의 대학가는 반색하고 있다. 
 
호남대는 호남고속철도를 개통했던 지난 2일 ‘반나절 생활권’을 알리는 ‘통학이벤트’를 마련했다. 새벽 5시 20분 용산역을 출발하는 호남고속철 개통호에 수도권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교직원 등 60여 명이 탑승해 호남대에 도착했다. 호남대는 “서울과 광명시, 천안시 등의 수도권 거주 학생들의 통학이 가능하게 된 점을 자축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신입생 모집을)전라남북 지역에만 집중하고 수도권은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통학 거리가 줄어들어 수도권 학생들의 활발한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입시 홍보도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호남대를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정역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동신대 역시 이번 개통이 반갑다. 지방대에 대한 수도권 학생들의 거부감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기대다. 동신대 관계자는 “지방대는 멀고 오래 걸린다는 ‘심리적 거리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너무 멀다는 생각에 호남권의 대학은 (입학을)고려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지방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라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가 실질적으로 호남권 대학 살리기에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비용이다. 현재 용산에서 광주 송정역까지의 비용은 4만6800원이다. 왕복할 경우 9만3600원으로 거의 10만원에 육박해 대학생이 통학을 위해 부담하기에는 상당한 금액이다. 하지만 KTX에서 대학생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은 없는 상황이라 학생이라도 비용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2005년 이전까지 무궁화 열차의 경우, 대학생을 포함해 청소년에게 20% 할인혜택을 적용했지만 2005년 1월 1일부터 할인제도가 사라졌다.
 
호남지역의 한 대학은 코레일에 ‘대학생 할인’을 적극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왕복 요금은 대학생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통학비를 대학에서 지원하기에는 재정이 빠듯한 게 현실”이라며 “코레일측에 정식으로 대학생 할인에 대해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 환자 유출 늘어날까 전전긍긍 '대학병원' = 전남 지역 대학들과는 달리 서울과 광주의 물리적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곳도 있다. 대학병원이다.
 
전남은 환자들의 관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2011년 관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89.8%에서 2012년 82.2%로 하락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3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서도 지난해 4만2075명의 관내 환자 중 7573명 약 18%가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의료기관 입내원일수 5130만일 중 4208만일로 대략 82.0%에 머무르면서 전국에서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현재 전라남도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3곳이다. 이들 병원은 호남고속철도를 통해 타 지역 유출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남의 총 환자 수 대비 타 지역에서 진료 받는 환자 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환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도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은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병원을 특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택림 병원장은 지난해 KTX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지역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유출을 우려하며 심혈관질환 등 전문영역을 특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택림 전남대 병원장은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암,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한 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며 “노후와 시설 개보수, 첨단의료장비 도입 등으로 지역주민의 의료수요를 충족시켜 편하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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