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다. 당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반성을 말했다. 여기저기 모이는 사람들마다 마음 먹먹해 하고 추모 집회들이 수도 없이 열렸으며 지식인들은 시국선언을 하는 등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 반성의 기저에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사회 전체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던 그때의 다짐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당시 우리는 이윤보다 생명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데 모두 공감한 듯 했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가치는 상품개발로 치환되고,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박근혜정부 2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이 안전 문제를 기업의 투자 대상 확대와 보험 상품 개발로 넘겼다면서 안전 관리의 민간 위탁이라는 정책 기조는 결국 보험회사들이 이윤을 창출하게 만드는 방향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1년 새 분노로 바뀌거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참사 이후 국가 개조까지 하겠다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반성하자던 공감의 목소리도 희미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봄이 왔다.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295명의 생명이 희생되고 아직도 9명은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참사 1주기를 맞는 대학가 풍경은 그래서 더 어둡다. 각 대학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대 총학생회는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을 구하다 숨져 의사자로 지정된 고(故) 김기웅 명예 졸업생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만들고 세월호 인양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에는 세월호대학생대표자연석회의 등이 주최하는 대학생 도보 행진과 추모대회가 열렸다.

국민대는 세월호 사고에서 제자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단원고 고(故) 남윤철 교사의 마지막 전공 수강 강의실인 북악관 708호실을 ‘남윤철 강의실’로 명명했다. 강의실 벽면에는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로서 사명과 제자 사랑을 실천한 고인의 뜻을 새긴 현판을 설치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우리는 사회를 이끄는 가치와 규범을 다시 정립하는 시점으로 이 시기를 마주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때다. 잊어선 안 될 가치를 잊은 것은 아닌지, 그때의 반성을 아프더라도 다시 꺼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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