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전문대교협, 수업연한 다양화 정책토론회서 날선 공방

▲ 15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세미나실에서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15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정책토론회에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채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부구욱 대교협 회장(영산대 총장)은 “이 법안은 고등교육의 근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교육체제의 근간이 변경될 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형성이 되고 국가민족에 장기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함에 있어선 고등교육의 현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우 전문대교협 회장(군장대학 총장)은 “능력이 아닌 학벌 중심의 사회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 교육이 산업사회에 부응해야 하는데, 현재 학부모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은 필요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비효율적인 교육제도를 바꿔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대응했다.

부 회장은 “일반대의 학문과 이론 중심 교육,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구분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며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일반대에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는 “4년제 대학이 해야 할 일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왜 직업교육까지 넘어오려고 하느냐”며 “대교협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는 모습과 닮아있다. 직업교육까지 가져가려는 양상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응수했다. 윤 교수는 “전문대학도 같은 고등교육기관이므로 같은 영역에서 교육을 한다고 하면 공정한 입장에서 학생 모집하고 취업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전문대학의 규제를 터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대교협 “학력 인플레 초래, 구조조정시점서 4년제 대학 추가 양산”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에 대해 대교협은 고등교육의 구조조정시점에서 법제화 되기 곤란한 법안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더구나 전문대학의 일반대학화를 가속시켜 결과적으로 4년제 대학을 추가적으로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돼 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학력 인플레를 조장해 사회적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킬 것이며 지방 대학들은 한층 더 심각한 운영난과 학생모집난에 내몰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만형 충북대 기획처장은 “4년제로 늘리고 학사 학위를 수여하려는 방식은 전문대학 자체의 일반대학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학력 인플레로 인해 감당해야 할 사회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전문대학 4년제화는 전문대 위주의 생존전략 측면에서 관계자들 중심으로 논의된 것으로, 이는 고등교육생태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 위한 계속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돈민 상지대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학제의 발전 방안’의 주제발표에서 “전문대학의 발전만을 고려한 수업연한 다양화는 고등교육 학제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NCS 관련해선 “대학 3~4년까지 추가 이수가 가능한 영역이라면 4년제 대학에서 이를 수용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경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발전기획단장은 “(전문대학들이)장기적으로 4년제의 도입, 정착에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대학, 특히 사립대학이 당면한 구조조정 상황과도 역행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비용과 학력 도미노 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선행 검토가 결여돼 있고, 대학과 전문대학 간 사전의견 수렴도 안 돼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전문대교협 “사회적 비용 낭비 부담 커”…수요·산업현장 맞춤 고등교육체제 정립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은 “학벌중심사회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만 8조 3069억인데 이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법안은)교육수요와 맞지 않는 고등교육체제를 최적화 시키고자 하는 것”고 말했다. 4년제 뿐 아니라 1년 이하의 단기 직업교육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현행 2~3년의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해 1년은 비학위자격증, 2~3년은 전문학사, 4년은 학사로 운영하며 4년 학사과정의 경우, 산업체가 요구하는 NCS 해당직무분야로 국한하고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별도의 인가심의 절차를 거쳐 개설하는 것”이라고 법안의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실장은 법안 도입과 함께 달라지는 점으로 △1년 이하 단기교육과정을 통한 신규인력의 빠른 노동시장 진입, 4년 이하는 융·복합 및 고도화된 직무분야 인력 양성 가능 △고숙련 전문직업인 또는 명장 성장을 위한 고차원의 현장 중심 직업교육제공 가능 △전문대학에서 양성 가능한 전문직업인의 스펙트럼이 넓어짐에 따른 산업체 맞춤형 인력 양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윤여송 교수는 “전문대학과 일반대는 교육목표가 다르고 수업연한 다양화는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사안이지 일반대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라고 강한 어조를 냈다. 학력인플레를 가져온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도 수업연한이 부족한 직업교육분야는 취업이 안 돼 졸업 후에도 연장된 학업 형태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전문대학은 일반대를 성공 모델로 보지 않고 전문대학만의 장점을 살려가며 부분적으로 4년 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므로 학력인플레는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이정표 한양여자대학 교수는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 교육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업연한의 차이로 서열화하는 건 학력병의 일종”이라며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무조건 일반대로 진학하려는 소모적인 교육열을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으로 전환시키고,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조로 혁신되기 위한 최선의 정책적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소모적인 고등교육체제를 생산적으로, 학력주의 사회를 능력주의로 전환 시켜줄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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