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밴드로 출발,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게릴라식 공연을 펼쳐온 타악그룹 「푸리」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지난 93년 일본 미우라 반도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참가에서부터 지난해 바스키아전 축하공연에 이르기까지, 4년여의 담금질 끝에 선보이는 첫 축제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연강홀에서 열린다.

푸리는 추계예대에서 피리를 전공하고 영화음악 작곡자와 어어부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원일, 서울대에서 대금을 전공한 민영치, 단국대에서 +타악, 판소리 고법을 전공한 장재효, 김웅식씨 등 각기 다른 장르를 전공했지만 타악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젊은 음악인들로 구성된 그룹.

이번 무대는 ‘맺힌 것을 풀어 조화롭게 한다’는 그들의 이름처럼 전통국악의 리듬을 해체하고 변형시킨 창작곡들로 꾸려진다. 물론 이들의 음악적 실험은 새로운 형식으로 무장된 현대적 양식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를테면 전통음악에 전자 효과음을 접목시키거나(「일렉트로푸리」), +플라스틱과 종이 등 사물에 리듬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포퍼먼스로 연출(「길소리 1」)한다. 기존의 장구 연주법을 변형(「다드리」)시키기도하고, 경기도당굿의 장단을 리듬의 최소 단위인 2분박, 3분박으로 새롭게 창출(「셋, 둘」)하기도 한다. 이중 「일렉트로푸리」와 「다드리」가 이들의 음악적 기교와 힘, 정교함을 맛볼 수 있는 곡이라면 「일렉트로푸리」, 「길소리 1」은 음악적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곡이다.

푸리가 이번 공연에서 비중을 두고 준비한 곡은 「일렉트로푸리」. 아프리카와 라틴, 한국의 전통리듬이 어우러진 이 곡은 전자 장치를 통해 북, 장고 등의 소리를 변형시킨 것으로 테크노 뮤지션 강기영씨가 협연한다.

이밖에 「부억 사물놀이」를 잇는 가죽 실험곡 「피망」(被望)이 어어부 밴드와 함께 선보이고 곡과 곡 사이 각 멤버의 솔로 연주도 준비된다.

리더 원일씨는 “자칫 실내공연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전통음악의 단점을 선율적인 부분으로 보완, 무대와 객석에서 함께 즐거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푸리는 이번 공연이 끝난 후 일본과 중국 등으로 연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음악 실력과 실험 정신을 두루 갖추고 창작과 연주를 병행하는 이들의 재기가 비로소 온전하게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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