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2016학년도 수능은 지난해와 같은 체제이지만 마지막 수준별 출제이다. 올해 수능의 큰 변화는 영어 영역에서 EBS 교재의 한글 해석본을 암기해 시험을 준비하는 문제가 개선되도록 출제한다는 것. 이와 함께 EBS 70% 연계는 계속 유지된다. 개선된 수능 방식은 오는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된다. 다만 3월, 4월에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수능 체제와 난이도가 유사하다. 따라서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올해 달라지는 출제 내용에 잘 적응한다면 수능 고득점이 가능할 것이다.

■ 국어 영역은 올 수능까지 A형과 B형으로 나뉘어 실시된다. A형은 각 분야의 ‘Ⅰ 교과서’ 내용을, B형은 각 분야의 ‘Ⅱ 교과서’ 내용을 출제의 근간으로 삼는다. A형은 B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서 시험 유형이 A형과 B형으로 나뉘어 수준별로 출제되는 것이 단순히 문제의 난이도나 출제되는 교과서 내용의 차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A형은 자연계열과 예체능계열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편이고, B형은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각 시험 유형에 따른 등급 구분 점수는 상대 평가라는 점에서 난이도와는 별개로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별 수능 활용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을 금지하고 국어와 수학 모두 A형을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되, 상대적으로 어려운 B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들이 있다. 중위권이나 하위권 수험생들이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당 유형의 등급 구분 점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올해 국어영역은 전년도 수능의 기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화법(5문항) + 작문(5문항) + 문법(A형: 5문항/B형: 6문항) + 독서(A형: 15문항/B형: 14문항) + 문학(15문항)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수능 체제를 감안할 때, A형과 B형의 독서 영역 제재 구성에서 약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 주로 자연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A형의 경우 기술 관련 제재가 출제된 대신, 인문 관련 제재가 출제되지 않았고, 주로 인문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B형은 인문 관련 제재가 출제된 대신, 기술 관련 제재가 출제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수능에서 B형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되었기 때문에 올해 수능에서는 B형도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하여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 수학 영역 역시 쉬운 수능의 기조가 계속 유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상위권의 변별이 되지 않았던 작년 수능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고난도 문항의 출제에 더 고심할 것이다.

지난해 수능은 자연계열 학생들도 B형의 난이도가 A형에 비해 높은 것을 감안하여 A형을 선택하고 교차 지원을 한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학 B형이 쉬웠고, 거기에 국어 B형이 어려워지면서 자연계열 학생 중 수학 A형과 국어 B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더 힘든 상황이 됐다. 올해는 A형, B형의 수준별로 출제되는 마지막 시험인만큼 자신의 수준과 희망 대학을 고려해 사전에 유형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학에서 공통 문항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통 문항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 공통 문항의 개수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게 될지 아니면 더 줄어들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4월 학력평가의 경우 3문항 출제). 또한 공통 문항으로 출제되는 문제도 작년 수능처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크다. 즉, 매번 출제되는 필수 유형의 문항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올 수능의 출제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6월, 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통해 공통 문항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 이번 3월, 4월 학력평가에서 합답형(<보기>형) 문항은 A형 1문항과 B형 2문항(2015 수능의 경우 1문항)씩 출제되었으며, 실생활 관련 문항도 A형과 B형에서 각각 2~3문항 출제되었다.

올 수능에서는 전년도와 비슷하게 복잡한 계산 문제나 단순한 공식 등을 사용하는 문제보다는 계산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원리와 개념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개념의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주를 이룬 가운데 합답형(<보기>형) 문항이나 실생활과 연계된 수학 외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 등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해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무한등비급수 도형의 활용 문제와 A형에서는 출제되지 않았던 ‘수열’ 단원의 증명 과정을 완성하는 문항의 출제 여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겠다.

■ 영어 영역은 2013학년도 수능까지는 단일 유형으로 실시되다가 2014학년도 수능에 처음 수준별(A형/B형) 시험이 도입됐고, 다시 지난해 수능부터는 단일 유형으로 실시되는 통합 수능으로 바뀌었다.

올 수능 영어는 큰 변화 없이 지난해 수능의 기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 시간은 70분(듣기 25분 이내)이고, 총 문항 수는 45문항(듣기 영역-17문항/읽기 영역-28문항)이 출제될 것이다. 출제 범위는 영어Ⅰ과 영어Ⅱ이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만점자 비율이 3.37%, 1등급 컷이 98점으로, 평소 영어를 잘 하던 학생들도 실수로 3점짜리 한 문항을 틀리면 2등급이 될 수 있는 쉬운 시험이었다. 올해 수능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말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과도 관련이 있다.

이에 따르면 영어는 EBS 수능 연계 교재의 어휘수(2014학년도 기준 : 5,668단어)를 2017학년도까지 교과서 어휘(교육과정 기본 어휘 : 2988단어±2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의 지문과 복잡한 구문이 쓰인 지문을 가급적 배제할 계획이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서만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2018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수능 영어는 계속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 사회탐구 영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수능에서도 10과목(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사, 한국 지리, 세계 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중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올해는 교과의 핵심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묻는 개념 확인형 문항과 자료 분석형 문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문항은 새로운 자료를 활용하거나 기출 유형을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함으로써 참신한 문항을 선보이려 할 것이다.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항들과 자료 분석이 까다로운 문항들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다양한 자료(지도, 그래프, 사료 등)를 활용하여 문항을 구성할 것이고, 일상생활 및 시사적인 내용을 다룬 문항도 일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 과학탐구 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동일한 체제로 8개 과목(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 과학Ⅰ·Ⅱ, 지구 과학Ⅰ·Ⅱ)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의 출제 방향은 쉬운 수능을 지향하고 있으나, 과학탐구는 2014, 2015 수능에서 난이도가 다소 높게 출제되었으므로, 올해 역시 쉽게 출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들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고난도 문항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평가원의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유형 변화의 폭이 매우 작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출제되는 제재도 거의 대부분 일부 제재가 번갈아가며 출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올해도 2014, 2015 수능 및 모의평가에 출제된 제재들이 반복적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최근 수능은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되는 가운데, 영역별로 고난도 2~3문항으로 1등급 즉, 상위권을 가르는 추세다. 따라서 영역별 세부 학습 진단을 통해 부족한 세부 영역이나 단원에 집중해서 성적을 대폭 향상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의 수능 변별력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사탐과 과탐의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수험생에 따라서는 일정 시간을 탐구에 할애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에도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영어, 9월 모의평가에서는 국어, 실제 수능에서는 수학 순으로 ‘예측 불허 난이도’로 출제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출제경향과 난이도의 변화를 예단하기보다는 시험일까지 수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하는 수험생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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