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수도권 24개 대학 재학생 1500여명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 수도권 24개 대학 1500여명의 대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행진에 나섰다.(사진=손현지 학생기자)

전국 곳곳에서 대학생 추모 이어져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김재환·손현지 학생기자] “부끄러운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안전한 사회는 우리가 행동해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 24개 대학 1500여명의 대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행진에 나섰다. 학생들은 서울 동서남북 방향에서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청계광장에 모인 학생들은 대학생 추모대회를 진행했고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4·16 약속의 밤’ 추모문화제에 동참했다.

이날 추모행진에는 △고려대 △경기대 △경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한신대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국민대 △광운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동국대 △항공대 △홍익대 △숙명여대 △숭실대 △서울대 △명지대에서는 세월호 추모 모임 학생들이 참여해 총 24개 대학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민주주의 자주통일 대학생협의회, 청년하다, 청춘의 지성 등 학생 단체들과 감리교신학대 등 다른 대학 학생들도 참여했다.

▲ 서쪽 이화여대 정문에서 출발한 350여 명의 학생들은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사진=김재환 학생기자)

대학생 추모행진은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서울의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시작됐다. △경희대 △한양대 △홍익대 등은 동쪽 경희대정문, △경기대 △세종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서쪽 이화여대 정문, △동국대 △한신대 △성공회대는 남쪽 남영삼거리, △고려대 △동덕여대 △성균관대 △동덕여대 △한국외대 등은 북쪽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결해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거리가 먼 동쪽 행진단을 제외하고 세 방향의 행진단은 4월 16일을 상징하는 오후 4시 16분에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분위기는 진지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얘기하고 있다. 부끄러운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걸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등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대학생 행진단을 환영했다.(사진=김재환 학생기자)

학생들은 “세월호를 잊지 마세요. 함께 참여해주세요”라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신 모 씨(41)는 “굉장히 건강한 사고방식이다”고 평가했고 강 모 씨(47)는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뿌듯하고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서쪽 이화여대 정문에서 출발한 350여 명의 학생들은 ‘304인 기억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마다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는 피켓을 들었다. 피켓 앞에는 희생자 하나하나를 기리는 사진·글·그림이, 뒷면에는 희생자에게 보내는 문구를 썼다. 한 유가족은 단원고 진윤희 학생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든 학생에게 '고맙다'며 손을 잡고 울었다.

수업과 시험공부를 제쳐두고 추모 행진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학생도 사회 구성원인데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외대 박혜신씨(중국어4)는 “유가족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한 고려대 학생은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많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도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 추모 행진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학생도 사회 구성원이다.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김재환 학생기자)

대학생 추모대회는 16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시작됐다. 정치 발언은 따로 순서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의 충돌을 최대한 방지했다.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잔인한 4월이”이라며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돈과 효율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재우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진영논리 갈등에 휩싸인 세월호지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얘기할 수 있다. 사고원인과 대책을 밝히고 사람과 안전이 중심인 사회가 되도록 말해야 한다. 국민으로서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갑게 문제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한신대 노래패 공연과 유가족 발언은 청계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희생자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24)는 “대학생의 추모 행진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작년 4월 16일 이전에도 여러 관련법들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가만히 있으란 말을 믿었던 304인은 희생됐다. 이 나라는 또 가만히 있으라 한다. 청년은 행동해야 하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발언에서 유지훈 ‘청년하다’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4개월 만에 시행령으로 무력화시켰다. 이윤에 눈 먼 기업과 부패한 정부 때문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주장했다.

▲ 추모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작된 ‘4·16 약속의 밤’추모제에 합류했다.(사진=이재익 기자)

추모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연설이 끝난 7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시작된 ‘4·16 약속의 밤’추모제에 합류했다. 추모제에는 총 3만여 명(경찰추산 1만 명)이 함께했다. 추모제는 관련 영상과 시 낭송, 세월호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발언들로 이어졌다.

이날 세월호 추모는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제주와 전북 지역 대학생들은 대학생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제주도에서는 도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제주노란우산’ 회원들이 제주대 정문에서 시청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전북에서는 이 지역 학생들이 전북대부터 전주 풍남문 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학생들은 진상규명과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과 시행령 철회 등을 촉구하거나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 ‘4·16 약속의 밤’추모제는 세월호 영상과 시 낭송, 세월호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발언들로 이어졌다.(사진=이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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