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곧신도시 입주민들 "학과이전·RC 없으면 '사기분양'" 주장 ... "소송하겠다"

▲ 2011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마스터플랜은 전체적으로 특정학과나 학부를 중심으로 한 교육시설보다는 서울대병원과 기업유치, 부속학교 설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사진). 서울대병원의 규모는 2009년 기본구상연구용역에서는 800병상 규모였다가 2011년 500병상으로 줄였고(사진), 지난해말 300병상으로 짓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하 사진=직접 촬영>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서울대와 시흥시가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시흥 배곧신도시 내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최근 지역언론을 통해 공개된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규모와 역할이 분양 당시 들었던 설명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와 시흥시가 작성한 '2011년 시흥국제캠퍼스 마스터플랜'에는 "관악캠퍼스의 기능을 분할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17일 배곧신도시 모 아파트단지의 입주자단체 관계자는 "특정 학과나 학부, RC(레지덴셜칼리지)가 빠진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만약 이들 교육시설이 오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전체적인 여론"이라며 "내일(18일) 입주민 대표단과 시흥시 미래도시개발사업단이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들어올 구체적인 시설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하면 집단소송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집단소송의 대상은 서울대와 시흥시 모두"라며 "'RC를 유치 못하면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확언했던 관계자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최근 잇따라 실시협약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규모와 기능이 애초 기대했던 교육시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와 시흥시가 2011년 작성한 마스터플랜은 ‘관악캠퍼스의 기능적 분할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은 특정학과나 학부를 중심으로 한 교육시설보다는 서울대병원과 기업유치, 부속학교 설립을 중심에 두고 있다. 다만, 일부 강의시설과 디지털도서관, 3개동의 기숙사, 교직원아파트 도입이 최소 도입시설로 언급돼 있었다.

특정학과나 학부의 이전은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주민들 사이에 불만여론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실체와 다른 설명에 속아 분양 계약을 했으므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측은 이날 특정학과나 학부의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서울대 핵심 관계자는 "학과나 학부 이전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앞서 RC캠퍼스에 대해서도 "전임 총장 시절 학내 반발이 일어나자 RC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며 추진 가능성을 부인했다. 시흥캠퍼스의 핵심시설로 추진중인 서울대병원의 설립 규모도 당초 800병상에서 500병상으로 줄었다가, 현재는 300병상 규모로 짓기로 합의한 상태다.

반면, 시흥시는 학과나 학부 이전은 장담할 수 없지만, RC캠퍼스의 설립만큼은 분명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충목 미래도시개발사업단장은 "학과의 신설은 불가능하지만 기존 정원의 이전 가능성은 남아있다. 또 RC에는 종류가 다양하므로 현실에 맞는 것을 유치해 운영 하면 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무추진위도 RC를 전면부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 2011년 시흥캠퍼스 마스터플랜 표지.

병원 축소에 대해서는 "일단 가능한 규모로 짓고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방침"이라며 "인근 고대 안산병원도 처음에는 100병상부터 시작했고 최근 800병상으로 증축하고 있다. 초기투자 비용과 인력수급 문제 등을 고려하면 300병상으로 시작해서 500병상으로 키워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시흥시 지역언론사 관계자는 "결국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캠퍼스'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단과대학과 같은 교육시설이 빠진 '새로운 개념의' 캠퍼스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알리지 않았으므로 '사기분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흥시와 서울대는 처음부터 학과가 가는 것도 아니고 연세대 국제캠퍼스처럼 기숙형대학(RC·Residential College)을 설립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곧신도시 입주자 대표단과 시흥시 미래도시개발사업단은 18일 오후 2시 30분에 사업단 홍보관에서 시흥캠퍼스 문제와 관련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입주자 단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납득할만한 해명을 듣지 못하면 집단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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