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

▲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는 대학의 본질이 ‘학생과 교수의 담론 공동체’임을 강조하며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 교수와 교수 사이 담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대학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대학에선 이 질문이 사라졌다.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대학이 어떻게 존재의미를 성찰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질문은 대학의 외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막대한 등록금을 쏟아 붓고도 대학을 나올 가치가 있을까?’라는 물음부터, 기업 논리에 대한 편승한 대학경영이나 교육방식이 괜챦은지에 대한 의문까지. 오히려 사회에서 대학을 우려하고 있다.

대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대학은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학사연구회 초대 회장이자 생애를 통해 유럽 지성사를 연구해온 이광주 교수를 만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학의 본질이 ‘학생과 교수의 담론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수와 교수 그들 각각의 사이에서 나타는 담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담론 없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문제를 그를 날카롭게 짚으며 대학에서조차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력히 비판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대학에서 교재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교재 중심의 강의를 하면 교수는 교재를 약간 보충할 정도로 강의하고 학생들은 열심히 노트하고, 그렇게 대학 강의가 끝나버리거든요. 여기에는 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학문 연구의 진실 또한 결여됩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행위는 담론의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교재 없는 강의를 진행했다. 개론과 같은 교재를 평생 집필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참고문헌을 자주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스스로 학문하길 독려했다. 좋은 학생이란 노트를 잘 하고 강의 내용을 잘 요약하는 학생이 아니라, 질문을 자주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문장으로 글을 쓰는 학생 그리고 교수의 강의에 때로는 이의를 제기하는 지적인 학생이다. 이러한 귀한 학생과의 만남을 그는 평생의 축복으로서 여긴다고 했다.

“제가 교수생활 중에 단 2명에게만 A학점을 줬습니다. 교수의 말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적는 학생에게 줬지요. 소위 명문대학의 대학원생들조차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고 교재가 무엇인지만 묻습니다. 토론하고 질문하려 하지 않고 교수의 생각을 고민 없이 따라가려합니다.”

오늘날 구조개혁의 광풍 한가운데 선 대학을 어떻게 말할까. 그는 구조개혁과 인문학에 대한 숱한 논의에서조차 대학의 본질과 학문의 기본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대학 구조개혁이나 인문학 위기는 사회적으로 거론된지도 오래됐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초중등 교육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까지 결여된 '물음의 문화' '담론 문화'의 분출입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공동체이자 사회봉사의 근거지입니다. 그리고 그 기본이자 출발점은 바로 반듯한 담론문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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