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검찰 압수수색 자료 중 내부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 확인
보직교수 등에게 이메일 보내 학내 구조조정 찬성 여론 유도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이 학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치겠다"고 표현하고 학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학생명의로 학사 구조조정 찬성 현수막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이에 대한 내부 자료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중앙대,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일을 보낸 이틀 뒤인 26일에는 중앙대 교수 공동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학생공동대책위원회와 성균관대, 인하대 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한 '위기의 한국대학-현 시기 대학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박 이사장은 비대위 소속 교수들에 대해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보직교수) 여러분은 아직도 그들을 동료로 생각한다”며 비난했다. 당시 토론회는 행사 시작 2시간 전 학교 측의 장소 대여 취소로 길거리에서 진행됐다. 

다른 이메일에서도 박 이사장은 중앙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을 수차례에 걸쳐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를 ‘Bidet委(비데위)’로, 鳥頭(조두) 등으로 표현했다. 박 이사장은 이메일을 통해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12일 교수 비대위가 학사구조개편안 찬반을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인 3월 11일에도 “‘너희(교수들)가 투표에 참가하면 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공식 문서를 통보하라”고 메일로 알렸다.

박 회장은 학생을 사칭한 현수막을 학내 건물에 걸어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여론에 맞서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이용구 총장과 재단 임원진에 이메일을 보내 학생 명의로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꺼니까요’라고 쓰였다. 이날 경희대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생들이 중앙대 정문 앞에서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강석 중앙대 교수협회장은 “보직교수들을 통해 비대위 활동에 본부 측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재단이 뒤에서 이런 식으로 교수들을 비난했다는 사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중앙대 측은 “내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부분을 일기장처럼 쓴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박 이사장의 이같은 언행에 대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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