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부모학생 학업-가정양립방안 연구 발표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육아와 연구를 함께하는 ‘부모학생’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이 아이를 맡길 대학 내 어린이집은 거의 없고 다른 지원 정책 역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부모학생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없어 이들에 대한 맞춤형 정책 설계도 어렵다. 저출산문제 해결은 물론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학생과 대학 연구 인력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전국의 남녀 기혼 대학생·대학원생 281명(남87명, 여1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토대로 한 ‘부모학생 학업-가정 양립현황’에 따르면 자녀양육 부담으로 인해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분의 3(75%, 210명)에 달했다. 아이나 가정을 위해 커리어나 학업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응답자도 절반을 넘어선 54%로 나타났다.

부모학생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아이를 맡길만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34%가 어린이집 등 아이를 맡기기 어려워 곤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재학 중인 대학에 부모학생을 위한 어떤 시설도 마련돼있지 않다는 응답자도 27%에 달했다. 이들은 대학 내에 갖춰져야 할 시설로 일시보육시설(75%), 아이동반 연구공간(65%) 등을 꼽았다.

부모학생에 대한 실태조사와 현황파악조차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정원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은 “일가정 양립 지표서비스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학업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대학원생들에 대한 통계는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부모학생들은 국내에 비해 다양한 지원을 누리고 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 해외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학업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적 캠퍼스 조성에 일치감치 나섰다.

스탠퍼드의 경우 자녀를 데리고 학내 가족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또한 캠퍼스 내 총 22곳의 수유실도 마련했다. 일-가정 양립센터를 통해 부모학생을 위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버클리대에서는 긴급 양육 파일럿 프로그램 제도를 운영한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정규 돌보미가 갑작스러운 이유로 올 수 없을 때 연 60시간까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버클리대 캠퍼스 내에는 보육센터만 총 8개가 운영 중이다. 하버드대의 경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부모학생들이 최대 6주까지 시험을 연기하거나 과제 제출 연장 등을 신청해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책도 갖추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부모학생에 대한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사회교육)는 “연구중심대학의 확산을 위해서 부모학생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모학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은 지방의 연구중심대학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되면 지방 국립대학들도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올해 대학 내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성평등지원센터 설치근거를 포함해 여기에 대학 내 부모학생 지원 내용까지 법제화 가능한 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학평가에서도 부모학생 지원이 잘 갖춰져 있는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학 간 지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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