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 회의 '합작외국대학' 거론

수요예측·경제효과 검토 자료도 없이 "규제풀자"
대학구조조정 시점에서 합작대학설립 허용맞나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가 교육을 양극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외국교육기관을 더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논란이다.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수요예측조차 하지 않은 채 규제부터 풀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법령해석을 잘못해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감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의 규제풀기가 마냥 능사는 아니라는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0일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외국교육기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외국학교법인이 국내에 직접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거나 국내학교법인과 합작으로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외국교육기관 중 법인형태로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학이 유일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은 사실상 대학에만 적용되는 개정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법안은 대학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외국대학이 한국을 아시아권 고등교육시장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다. 그래서 이를 허용해 한국이 아시아시장의 허브가 되도록 겨냥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에 대해서는 내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정원규제를 똑같이 받되 외국인 입학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평생교육법을 개정해 국내 설립된 외국대학도 국내교육기관처럼 평생교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의 경우 외국교육기관은 주민과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을 할 수 없다. 이 의원은 이 같은 규제가 우수한 교육설비와 교원을 보유한 국내 외국대학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재 국내에 문을 연 외국대학은 인천 송도에 조성된 국제캠퍼스가 대표적이다. 한국뉴욕주립대가 지난 2012년 3월 개교해 2014년 현재 약 230명의 재학생이 있다. 대다수는 내국인이다. 학부생 164명 중 129명, 대학원과정에서도 64명 중 46명이 내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비율은 두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합쳐 23%(5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문을 연 해외대학 국내캠퍼스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조지메이슨대는 정원 160명 규모로 개교했으나 69명만 입학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은 4명에 그쳤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비율이 77.7%에 달한다”며 “사실상 외국교육기관의 설립목적이 외국인의 교육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설립목적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교육부가 법령해석을 잘못해 5년간 단 한차례도 외국교육기관을 감사하지 못했다”며 관리감독 소홀도 비판했다.

이번 교육부 개정안은 교육부가 추진해온 종래의 대학정책과도 배치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대학가에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과 이번 구조개혁평가 등 대학을 평가해 경쟁력 없는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끊고 나아가 대학을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오는 2023년 인구부족 등으로 인해 대학에 올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한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떄문이다. 이 떄문에 교육부는 유학생을 유치해 부족한 대학의 재원을 메꾸겠다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그간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정원을 감축해온 교육부의 정책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을 더 많이 짓도록 한다는 것이 적절하냐”고 교육부를 몰아세웠다.

배 의원은 “수요와 공급이 적절해야 하는데 기존 학교들이 학생충원도 못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또 풀자는 것이 말이 되나. 종국에 그 대학에 학생이 몰린다는 보장이나 없지 않나. 국내 대학도 충원을 걱정하는 마당에 문부터 활짝 열고 규제부터 풀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해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는 우수한 외국교육기관과 해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인천 송도와 제주 등의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패션과 호텔경영, 음악 등 특화 분야별로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국내에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용이해지도록 외국대학이 국내 자법인 또는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정확한 경제효과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요청을 한 상태이나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교육부가 갑작스레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교육부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문제점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할 상황에서 평생교육도 외국교육기관에 문을 열어주는 등의 정책이 바람직한가. 지금 상태로 중국이나 동남아 등 아시아에서 국내로 얼마나 학생이 유입될지 보장도 없다. 이를 먼저 검토한 뒤 규제를 풀겠다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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