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부터 3일간 전국 4년제 163개 대학이 일제히 대학구조개혁평가 1단계 면접평가를 받는다. 정원감축과 부실대학 퇴출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도 표류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본격적인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1단계 평가결과는 2개월 뒤면 대학에 통보된다. 6월 마지막 주부터는 5등급 중 D등급, E등급 대학들에 대한 2단계 평가에 들어간다. 최하위등급으로 결정되면 해당 대학은 국가장학금 지원에 제한이 걸리고 학자금대출이 전면 불가능해진다.

법안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정부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구조개혁을 펼쳐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부재정지원사업도 모자라 산업체 중심의 학과개편을 통한 정원감축이 핵심인 프라임사업까지 추진 중이다. 오는 5월초 발표될 프라임사업의 내용에 대해 벌써부터 대학들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정부가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정원감축과 취업에 맞춘 학과개편을 중용하며 몰아붙인다고 볼멘소리들이지만 막상 정부 미끼를 거부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 지방 군소대학은 물론이고 서울의 규모대학이라 하더라도 만약 이번 정부평가에서 A등급을 받지 않는 한 정원감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 학교당 최대 280억원이나 지원되는 프라임사업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강심장 대학도 거의 없을 것이다.

대학이 상아탑이요, 학문의 전당이 아닌 지는 벌써 오래됐다. 질 좋은 교육과 연구가 우선 되어야 할 대학이 산업현장의 일꾼을 만들어내는 직업전문기관처럼 된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기초학문과 인문학이 무너져 내리고 학부제 개편, 학과통폐합으로 비인기학과들이 없어진다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아무리 해도 정부재정지원을 받아야 학교가 유지된다는 사실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이것이 우리 대학이 처한 현주소인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더욱 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이른바 MOOC 등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교육이 국경없이 학위과정으로까지 확대되면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대학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대학이 그나마 ‘살아남는 절반’에 포함되기 위해서, 거의 다 사라지고 ‘몇 안남는 대학 중 한 곳’에 포함되기 위해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생존법임을 누구나 다 안다. 학생들과 학부모도 우수 교원이 많고 교육 수준도 높은 대학을 선호한다. 산업체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회적 요구,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를 반영해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며 그것을 최대한 특화하는 방법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학은 어차피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최대한 따내야 한다. 이왕에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그 개념이나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대만하고 피켓만 들고있다고 해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중앙대 사태를 보면서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중앙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당연히 나서서 이사장과 학교본부를 성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슷한 규모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 A등급을 위해, 프라임사업 수주 등을 위해 날밤을 새며 준비하고 있다.

구조개혁평가, 정부재정지원사업, 곧 닥쳐올 미래에 대한 대응은 모두 하나의 키워드로 통한다. 변화다. 물론 힘겨운 일이다. 그것이 구성원들을 몰아붙이는 빌미가 되선 안 되지만, 구성원들도 불평불만을 뒤로하고 정부 재정지원사업수주에 사생결단으로 매달려야 한다.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분류되고 재정지원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결국 열악한 교육프로그램과 부실한 학습 환경은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그렇게 되면 도태다. 특화된 비전과 변혁을 모두가 함께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이 모든 것에 임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미래를 뼈아프게 맞이해야 할지 모른다. 도태되면 미래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수도권의 한 규모대학이 학내분규로 2년 정도 소모전을 벌이고 나니 다른 대학들은 저만치 앞서 가있더라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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