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가 용가리를 잘못 풀어놓아서 큰 말썽을 빚고 있다. 서울의 강북지역에서는 세종문화회관에만 몇마리 플아놓고 구경꾼들은 즐겁게 해주기로 애당초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그 약속을 어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심형래는 다른 흥행업자에게도 용가리 풀어놓고 장사하도록 계약을맺은 것이다. 그래서 용가리는 시내 여기저기서 날뛰게 되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은 10여개 극장에 공문을 띄워 통사정을 하고 법원에 무슨 가처분신청을 내는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심형래는 영화 용가리를 제작도 되기 전에 국외에서 판매 계 약을 맺으며 IMF시대의 고무적인 인간상으로서 인기가 급상 승했다. 신지식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측은 신지식인제1호로서 심형래를 뽑았고 TV를 통해서 '이것이 바로 신지 식인이다'하며 기염을 토하게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잘 나간 것이지만 보도 내용대로 용가리의 이중계약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신지식인운동에도 여간 불명예 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봄에 방통대 졸업식사에서 "학벌보다 실력"을 강조하고 실사구시의 실학사상이 거론되고 누구나 머 리 써서 돈을 번다면 신지식인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신지식인 운동은 제2건국운동의 주요 사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생 산적 지식인이 되자는 운동은 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의 운동 전개 방식은 모순이 너무 많고 서투르기 짝이 없다. 나는 그동안에TV와 라디오와 세미나 형태의 공청회 등을 통해서 몇 차례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운동 주체측은 전연 남의 의견을 들을 자세가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머리 잘써서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사고, 지식의 물질 생산적 기 능주의만 강조하며 인문적 가치, 도덕적 가치, 양심적인 비판 기능을 외면하는 지식인 운동은 오히려 나라를 망친다는 사실 이다. 그러니까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만들려면 반드시 도덕 적 기반 사회구축이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신 지식인운동을 전개하는 주최측 답변인즉 그런 어려운 운동은 안 한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이번에 신지식인 제1호가 일으킨 사건을 보면서도 여전히 그 렇게 잔머리 굴려서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지식인운동을 하겠 다는 것일까? 잘못이 있으면 고쳐가며 해야겠거늘……. 오만 과 독선은 군사독재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본지 주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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