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평가 마무리…대학 관계자 행동 제약에 과하다는 지적도

[원주=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대학구조개혁평가의 일반대학 1단계 면접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평가 장소인 강원도 원주의 한 스키리조트에는 경직된 표정에 짙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로 무리지어 있는 대학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 면접을 마치고 면접장을 나선 대학 관계자들이 밖에서 기다리던 동료들과 만나 후련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한명섭 기자

분위기는 삼엄했다. 평가가 대외비로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첫날인 28일 한 일간지 기자가 건물 바깥과 대기실에 잠입해 촬영한 사진과 기사가 보도된 탓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보안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틀째부터 경비가 엄해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건물 외벽 곳곳에 ‘사진촬영 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었고, 핸드폰과 노트북 등 금속으로 된 소지품을 걷는 작업도 건물 밖에서 안으로 변경됐다. 소지품도 금속이 아닌 명함과 지갑 등 모든 소지품을 임시로 압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둘째 날인 29일 리조트를 찾은 지역방송사와 신문 기자들도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대학 관계자들의 동선에 대한 제한도 컸다. 학교 로고가 그려진 버스 등 업무차량에서 면접자들이 내리면 평가가 치러지는 건물 밖에 마련된 대기장소로 안내를 받았다. 대기실부터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개의 차단봉과 벨트로 분리됐다. 평가 시간에 임박하면 한 대학씩 7명의 면접자들이 한 줄로 들어가는 풍경이 펼쳐졌다.

전문보안업체의 요원과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본부 관계자, 진행요원들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쁘게 움직였다. 무전기를 들고 경호용 이어폰을 꽂고 움직이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세계 정상들이 비공개로 회담을 나누는 장소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면접평가에 임한 대학관계자들은 보안서약서에 서명해 소속대학을 밝히기 꺼려했으며, 현장에 있는 보안요원과 경비원들은 기자가 어느 대학 관계자와 접촉했는지 묻기까지 했다.

대학관계자들 입에서도 지나치게 민감한 현장요원들의 행동에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쏟아져나왔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번 면접평가는 각 대학들이 제출한 자체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지는 정성평가를 위한 절차였던 만큼 ‘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대학 특성화 사업 발표평가를 진행한 바 있었지만 지금처럼 모든 행동에 제약을 두지는 않았다”며 “마치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바깥과는 달리 면접 분위기는 대체로 상대적으로 무난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반응이다. 평가를 끝내고 나온 대학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이 섞였다. 평가장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가를 마치고 나온 한 국립대의 보직교수는 “100분간 충분히 말하고 나왔다”며 “목표는 B등급이지만 우리 대학의 역량이 있는 그대로 평가받기를 바랄 뿐이다. 총장님께서 면접장에는 들어가지 못해도 원주에 같이 오고 싶어 하셨는데 우선 보고 드려야 할 것 같다”고 급히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평가위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보직교수 출신들이 많은 만큼 전문성은 물론이고, 우리 그룹의 경우 면접자들에게 정중하게 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국립대의 자체평가위원장 역시 “평가위원들이 대학 사정에 밝더라”라며 “쉽지는 않은 평가였지만, 대학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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