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두꺼운 외투를 몇 겹씩 껴입고 시작해 반소매를 입는 날씨를 맞았다. 인천에서 신촌까지 두 시간 발 도장을 찍은 지 꼬박 100일이 넘었다. 지칠 때도 됐건만, 100일 떡을 돌리며 함께 고생한 서로를 위로했다. 이때까지도 대화의 가능성은 굳게 잠겨있었다.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그 문이 아무도 예측하지 않은 순간, 순식간에 열렸다. 

지난 30일 저녁, 연세대 국제캠퍼스 분회, 용역업체, 학교가 함께 청소, 미화 청소노동자 해고 문제에 대해 교섭을 시작했다.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세대가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해고 노동자들은 순차적으로 복직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해고 노동자 중 12명은 6월 초 복직, 나머지는 9월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복직한다. 100일 넘는 농성이 연세대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안에 마무리된 셈이다. 
 
그동안 연세대는 해고 노동자의 복직 요구에 대해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서’로 답해왔다. 유인물 살포와 현수막 부착, 천막 설치와 구호를 계속할 시에 위반 행위 1개당 50만 원을, 하루에 100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것이다. 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대한 대응이 이것이었다. 태도 변화의 이유가 어찌 됐건, 일단 연세대가 ‘대화’라는 빗장을 열자 문제는 해결됐다. 해고 노동자들은 순차적 복직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였고, 연세대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용역업체에 용역비를 올려주기로 했다. 
 
연세대는 그동안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연세대 학생 여러분께’라는 메일을 보내 ‘연세대가 직접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학교가 자신을 해고한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서 연세대가 그동안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용역업체에 도급비를 주고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간접고용’이라지만 결국 ‘원청’인 연세대가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 의지를 가지면 되는 일이었다. 
 
4일부터 6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공학원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세브란스 빌딩의 시설관리 7명의 용역 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삭감하고 노동자를 해고한 ‘연세대 법인’을 향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연세대가 해결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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