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끝내 대학협의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도, 그들의 건의에 응답도 하지 않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사무총장 후임 인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문대교협은 지난 3월 10, 대교협은 지난 4월 28일 각각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났다. 두 협의체의 이사회는 각각 사무총장을 내부 승진시키거나 현재의 사무총장을 유임하는 쪽으로 후보를 결정해 교육부에 승인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공식적인 답을 주지 않았고 결국 임기만료 된 두 사무총장은 이미 자리를 떠났고 두 기관 모두 사무총장 직무대행 체제라는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교육부는 두 협의체에 공식적인 답을 미루는 대신 물밑에서 현역 교육부 공무원인 후임자를 물색했다. 내정자로 실명이 오르내리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교육부 산하기관에서, 또 공무원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직 승진 대상자들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가 두 개 부처로 쪼개지면서 1급 자리가 태부족해 이들이 모두 승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지자, 교육부가 자리를 줘 내보내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없는 자리에 승진을 포함, 인력 배치를 해야 하는 교육부의 인사상 애로사항은 백번 이해가 간다. 다 밝힐 수는 없지만 교육부 내의 인사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타개책을 대학협의체에서 찾는다는 점은 넌센스도 한참 넌센스다. 그 전에도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에는 퇴직 고위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내줬다는 비판은 있었다. 대학협의체에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비아냥도 있었으나 당시에는 처음부터 공모 단계를 밟은 뒤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각 협의체에서 내부 회의를 거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된 인사를 먼저 결정, 승인요청을 했는데도 교육부는 사실상 거부하고 교육부 추천 인사를 강요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눈에 띄는 갈등을 피하면서도 교육부 내에 1~2급 공무원 자리가 부족해지자 현직 국장급 공무원들을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자리로 영전(榮轉)’시키려 한다고 꼬집는다.

이번 사태는 대학의 위상과 대학협의체의 위상, 사무총장직의 위상과 모두 직결돼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예전의 상아탑을 고수할 수가 없다. 구조개혁 국면 속에서 정부의 평가를 받고 재정을 지원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대학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또한 137개의 전문대학, 200여개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전문대교협과 대교협의 위상도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특히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들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업들이 산하연구기관이나 대학협의체로 이관되면서 교육부와 대학협의체의 관계는 철저히 의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무총장직의 위상도 그렇다. 이전만 해도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자리는 4년제나 전문대학의 총장이나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갈 수 있는 고위직으로 통했다. 그만큼 사무총장 자리는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비중 있는 직책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 줄 세우기가 점점 심화되고, 더욱이 지난 330일 이른바 관피아를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되면서 교육부의 땜질 인사 대상이 되는 자리로 격하되고 말았다.

두 협의체에서 결정했던 사무총장이나, 내정자로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대학협의체를 교육부 2중대를 넘어 산하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배치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와 대학 사이에서 부단한 가교역할을 해낼 인물을 선임해 대학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협의체에 슈퍼 갑질을 지금처럼 계속하는 한 대한민국 대학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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