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조 외著<오늘의 사회이론가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감정은 전(前) 사회적이거나 전 문화적인 것이기는커녕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관계를 그것들과 서로 분리할 수 없게 응축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응축이 감정이 행위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이 이러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은 감정이 항상 자아, 그리고 자아와 문화적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타자의 관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에바 일루즈)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고민 중에 ‘사회’를 빼놓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초연결시대’인 오늘날 개인주의가 압도적으로 각광을 받는 것 같지만, 그러한 개인이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공허, 불안, 생존, 소통 등의 ‘진짜’ 골칫거리들은 정작 개인적 대답이 불가능한 사회적 질문이다. 사회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자르고 껍질을 벗기며 폭로하는’ 학문으로서 거시적 세계부터 미시적 일상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여전히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

대니얼 벨, 이매뉴얼 월러스틴, 울리히 벡부터 마누엘 카스텔과 레이몽 부동, 그리고 앨리 혹실드에 이르기까지 ‘석학’이라 불러 부족함이 없는 세게적 사회학자들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모였다. ‘오늘의 사회이론가들’은 현대 사회학의 대가 16명을 선별해 그들의 생애와 사상, 이론 등을 국내 유수의 사회학자 18명의 시각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이제 16명의 대가들이 탈산업사회부터 불평등, 위험, 정보, 유동성, 종교, 신화, 소비, 사랑, 감정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펼쳐내는 시대진단과 해법을 천천히, 그러나 치열하게 음미해보자. 그들의 지혜를 흡수한 우리가 단순한 탁상공론을 넘어 구조 변화, 그리고 개인의 ‘자가혁명’이 다 다르게 될 방법을 저절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회학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개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대니얼 벨은 자신의 ‘탈산업사회’ 개념을 통해 서비스 노동, 지적 기술의 심화 등의 추세를 내다보면서도 사회에 대한 총체론적 접근 방식에는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힌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기존의 서구 중심 사회과학시각을 뛰어넘는 세계체계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탐색하고 자본주의의 위기와 미래의 모습을 짚어낸다. 니콜라스 루만은 사회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총체로서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지니므로 ‘계몽의 게몽’이라는 ㅊ열한 전략을 통해 일상적 사건을 보편적 이론의 틀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통섭 사회학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피터 버거는 사회가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 구성된 산물이기 떄문에 허구의 폭로, 실천의 중요성을 되새김으로써 그 본래의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한울아카데미, 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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