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택(한국기술교육대 홍보관/경영학 박사)

 #. 대학 졸업자 A씨(29)는 수도권 유수대학에 입학할 때만해도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이른바 대학간판 때문이었다. 하지만 졸업 한 지 2년이 지나도록 그는 아직 취업준비생 신분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낸 이력서만도 100개는 족히 넘는다. 자격증, 취업컨설팅 등 취업 준비에 드는 월 평균 20-30만 원의 비용을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면목이 없다. 중소·중견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추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취업의 고달픔이 하루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학원으로 향한다.

#. 대학 졸업자 B씨(27)는 지방 사립대에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다. 전공 실력도 괜찮고 학점과 어학 등도 평균 수준이었지만 고학년이 되자 당연히 취업 걱정이 앞섰다. 노력하면 선배나 친구들처럼 대기업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다 교내의 ‘장기현장실습제도’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학과 지도교수의 조언과 전담 센터의 상담을 통해 우수 중견기업에 파견돼 6개월 동안 전공 관련 업무를 익혔다. 매월 보수도 받고 학점도 땄다. 회사 선배사원(멘토)을 통해 실제 업무를 배우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명확히 할 수 있었다. 졸업 전 미리 그 회사에 채용된 B씨는 행복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위 두 사례는 대졸자들의 실제 이야기다. A씨의 모습은 우리 대학교육이 낳은 서글픈 한 단면이다. 올해 2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11.1%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는 외부의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학력 지상주의, 정부의 무분별한 대학 양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못하는 대학교육 등 ‘내부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B씨는 선진외국에서 110년의 역사를 가진 장기현장실습제(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Co-op)를 통해 전공능력 강화와 진로탐색으로 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장기현장실습제는 1906년 미국 씬시네티대학 허만 슈나이더(Herman Schneider) 공과대 교수가 창시한 것인데, 대학 내에서의 학습과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일 경험을 번갈아 가는 커리큘럼으로 이론과 실제를 통합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즉 학생들이 학부과정 중 일정 기간 산업체에서 전공 관련된 일이나 프로젝트에 참여, 일정한 보수와 학점을 취득케 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에서만 600여개 대학, 10만개 기업, 25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전 세계 49개 국가 주요 대학에서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공학뿐 아니라 과학, 경영학, 자연과학, 교양, 스포츠, 관광 등 모든 학문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학기 중 최소 6개월 최대 3년까지 산업현장에 파견되는 이 제도는 대학과 학생, 고용주 세 주체의 파트너십과 책임감, 공동의 이익을 원칙으로 한다.

이 제도로 학생은 학업성취도 및 전공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이 향상되고, 대학은 산업현장을 반영한 커리큘럼 개선, 산학협력 및 대학 위상 강화 등의 편익을 얻는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은 물론 우수인재 사전검증 및 발굴로 인력채용 비용과 교육훈련 비용을 절감한다. 이러한 편익은 수많은 실제 사례 및 연구결과로 검증되었다. 선진외국 대학들은 장기현장실습제도 전담조직과 더불어 학생들을 상담하고 기업체와 매칭시켜 주는 경험이 풍부한 코디네이터(산학협력 교수 등)를 두고, 제도 참여 기업체를 발굴하고, 학생들의 업무수행 평가와 관리, 취업 연계 등 체계적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년 전부터 일부 대학에서 Co-op제도를 벤치마킹한 장기현장실습제도를 시행해 왔고, 급기야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을 통해 전국 14개 대학에서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다. 청년 실업 해소 및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물론 외국과 우리나라는 대학환경과 제도에 차이가 있고, 장기현장실습제도가 모든 이들에게 만능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은 학생의 역량을 강화하여 보다 우수한 예비 사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대학교육을 되살리는 데는 장기현장실습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무경험을 융합해 경쟁력있는 인재로 거듭나도록 대학은 과감하게 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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