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본지 논설위원/서울과기대 교수·LINC 사업단장)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립된지도 벌써 12년이 지났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에서는 광역권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지역거점연구단사업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산학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는 사업의 효율화를 위하여 이 세 가지 사업을 통합해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기업현장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현장 맞춤형 인력지원에 나름대로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특히 이러한 일련의 사업추진 덕분에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에 대한 목마름을 상당히 해소시켜 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최근에 들어와서도 대학에서 추진하는 산학협력사업중에서 인력양성사업의 비중이 줄지 않고 계속적으로 확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대학으로부터 인력교육을 통한 인재를 공급받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이나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에서 추진하는 대학주도의 사업이 대부분 인력양성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부부처별로 추진하는 인력양성사업이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성이 있어서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사업으로 폄하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들조차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수요를 외면한 산학협력사업 추진으로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산학협력사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를 위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인력양성사업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산업 및 기술 환경의 시대적 변화와 새로운 시장창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산업분야의 인력양성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과 같이 정부차원의 인력양성에 대한 콘트롤타워 없이 부처별로 유사 인력양성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산업분야별로 향후 필요한 인력수급에 대한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 이를 토대로 마련한 인력양성에 대한 마스터플랜이나 로드맵을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대학차원의 인력양성사업은 교육부가 주관부처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인력양성사업이 하나의 단위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인력양성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맞는 학사제도 개선이나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사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가 타 부처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인력양성사업 수행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교육품질 개선에 선순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대학의 산학협력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보편적 인력양성사업’ 즉 양성된 인력의 투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인력양성만을 위한 사업만을 매개체로  대학과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개발도상국형 산학협력사업을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과 같이 제품개발이나 새로운 아이템 창출을 우선 목표로 추진하면서,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력양성교육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현장과의 진정한 산학협력교류가 활성화되고, 학생들에게 산학협력사업 동참에 대한 동기부여 되는 방법이다. 지금처럼 강의실에서 전문가 몇 명의 강의만 듣게 하고 고급인력을 몇 백 명 배출하였느니, 특성화인재 몇 천 명을 양성하였느니 하는 양적인 인력양성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철저하게 기업중심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사업이 돼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새로운 아이템이 창출되어야 고용창출도 이루어지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업 CEO, 학생, 교원 모두가 바라는 산학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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