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을 바라보며 공부하다가 7년만에 돌아와서 불문학 교수가 된 사람이있다. 그것도 3년 동안 보따리 장사로 고달픈 생활을 하다가 겨우 얻은 자리다.

그 동안에 그가 식구들 데리고 겪어 온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내도프랑스 파리로 유학 갔다가 거기서 만난 후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게 된 사이인데 유학시절에는 어차피 고생을 각오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귀국 후 +3년 동안에도 가난 고생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렇다.

겨우 남편이 교수가 되었는데 그로부터 1년밖에 안된 어느날 그는 내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아서 수저를 들다 말고 한숨부터 토했다.

"무슨 한숨예요?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요?"

아내가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하며 대답을 피해 버렸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마침내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늘 총장을 만났어. 나보고 외국 나가서 영어 공부를 하고 돌아오래. 그 쪽에는 교수를 더 써도 되니까 전공을 바꾸라는 거야. "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계열별 학부제로 신입생을 뽑더니 나중에 학생들의 전공별 학과 신청을 받고 보니 영문과는 초만원인데 불문과 지망자는 거의 없어서 경쟁력 없는 학과는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퇴출이란 말은 안 썼지만. 그렇다고 지금 있는 교수를 해임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공을 바꾸도록 권한 것이다.

이런 일은 대학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고등학교에서도 똑같이 전공을 바꾸도록 강요당하는 교사들이 있다. 음악 선생에게 수학선생이 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새 전공 준비기간은 겨우 2개월이다. 두 +달 뒤부터 그 선생은 음악 대신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는것이다.

안 팔리는 과목은 퇴출시키고 수요가 넘치는 과목만 생산 판매하겠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안팔리는 사람은 팔리는 사람으로 바뀌든지 아니면 +그만 두라는 얘기다. 당장 밥줄 끊지 않는 것만도 감사할 일일까? 그렇지만 음악 교사나 불문학 교수나 그 길은 곧 그의 인생이고 그가 선택한 삶의 보람이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가르치고 불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전공을 바꾸라는 것은 그의 인생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지 않을까? 누가 그런 발상들을 하는지 머리가 돌았어도 보통 돈 것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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