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광고주가 많이 붙고 그만큼 수입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아무리 높아도 노인들은 예외로 취급된다. 그들은 물건은 사지 않으면서 공짜구경이나 하려는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들 프로그램, 주부들 프로그램 등을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본다. +그런 것들밖에는 볼 것이 없고 그런 거라도 안 보면 너무 심심하니까.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끄는 노인 프로그램 하나가 등장했다. 가난한 시골 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바보짓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젊은 남녀 MC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 주로 묻는 사람은 개그맨이지만3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개그 올드맨, 올드우먼이다. 그들이야 말로 개그맨 서세원보다 더 웃기니까 진짜 개그맨들이다.

"야 딴 것 그만 두고 몇 번 틀어. 노인네들이 나오는데 정말 웃긴프로그램이야, 다른 개그맨들 저리 가라니까"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그들이 가난하고 특히 무식하다는 데 있다. 너무 쉬운 질문을 하는데도 그들은 대개 동문서답이다. 꼭 요즘 초등학생들부터 대학생들까지 모두 좋아하는 사오정 시리즈와 비슷하다. 사오정은 귀가 나빠서 그렇다지만 여기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비록 노인이지만 아직은 귀가 먼 사람들은 아니다. 너무 귀가 멀어도 방송 제작이 안되니까. 귀 구멍은 뚫려 있는 노인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무식하기 때문에 늘 동문서답이거나 오답일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 앉아서 묻는 말에 대답하는 방송국의 생소한 분위기 앞에서 너무도 만사가 서투르다. 시골서 올라온 촌닭처럼 어리둥절해 있고 본래부터 너무 무식하니까 동문서답에 오답 투성이다.

그리고 사회자들이 깔깔대고 웃으니까 따라 웃는다. 자신들의 무지몽매함 +때문에 웃고 있는데 함께 따라 웃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보며 즐거워 +하는 시청자들의 심리적 동기는 가난한자, 배우지 못한 자들에 대한 우월감이고 그들에 대한 조롱이 아닐까?

그런데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오늘의 노인들 다수는 사실은 오늘의 유식한 대학졸업자, 잘 사는 젊은이를 길러낸 희생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조롱당하고 있는 노인들은 조롱하는 우리들 모두의 부모이며 그만큼 우리는 막돼먹은 자식들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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