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세느 강변에 있는 노틀담 사원은 빅토르 위고의『노틀담의 곱추』 때문에 더 유명 해진 곳이다.

어느 날 곱추 콰시모도는 사형장에 끌려나온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를 재빠르게 낚아채서노트르담 사원 안으로 사라지며 외친다.

"성역이다!"

그곳은 피난처로서의 성역이었다. 어떤 죄를 지은 자라도 그곳으로 피신하면 그곳에서 보 호받게 되어 있었다. 콰시모도는 어느 날 자기가 광장의 형대에 묶여 매맞고 피흘리고 있을 때 야유하는 군중 속을 헤치고 나와서 자기에게 물을 먹여 준 에스메랄다의 고마움을 이렇 게 갚은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성당은 가끔 그런 역할을 해준다. 민주화운동이 명동성당에서 자주 있었 던 이유의 하나도 그곳이 그만큼 경찰이 함부로 뛰어들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또 희안한 성역이 생겼다. 1백30억의 비자금을 만들어 쓰며 결국 이렇게 나라를 망친 기아사태의 주범이 자기네 당사로 피신해서 '나 잡아 봐라!'하며 뒤쫓던 경찰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선 그런 예가 없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곳이 성역이 된 셈이다. 또 그를 감사고 있는 동료의원들은 갑자기 국회를 열어서 성역보호장치를 더 강화 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면 못잡아 간다나! 의리 한번 갸륵한 의원들이다. 이런 소동을 벌이면서「표적 수사」운운하는 데는 기가 찰 노릇이다.

도둑의 역사를 보자. 대한민국 대도역사책에는 조세형이 대도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오류 다. 천문학적 규모의 도둑은 대통령을 비롯해서 항상 그 주변 집권세력이었다. 큰 도둑질은 권력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힘없는 자 편에 선 사람들은 아무리 대도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곧 도둑을 잡으려면 구 여권의 집권층으로 포도군사들이 달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의 여권쪽에서도 대도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곧 잡혀갈 것이 뻔한데 도망치고 숨겨주고 그 때문에 국회까지 열고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 인가? 다만 한심한 것은 이들을 우리가 의원으로 뽑아줬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다수의 우리 국민들 자신이 타락한 선거풍토 속에서 과오를 범했고 큰 도둑들을 길러주는 국민이 된 것 이다.

도둑은 잡아야겠지만 오늘의 사태에 대해서 그만큼 우리 자신들이 결과적으로 공범자가 되었다면 오늘의 고통은 당연한 대가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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