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지체해선 안되는 이유
[사설]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지체해선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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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신록에 축제분위기여야 할 대학가가 뒤숭숭하다. 정부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가늠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실시중인 데다 수업연한 자율화로 인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갈등도 여전하다. 여기에다 재단의 적립금문제로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서울의 한 종합대학 전 총장이 각종 비리와 권력남용, 횡령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각 대학마다 학과 구조조정 등 몸살도 계속 되고 있고 그 와중에 성추행교수와 중간고사 부정행위 논란 등 남의 일이라고 멀리서 구경 만하기에는 너무나 큰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힘든 상황은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점수로 양호한 등급을 받아 정원감축도 최소화하고 정부재정지원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학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어띻게 형성해 얻어내느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련도 있고 희생도 감수해야한다. 그렇지만 대학본부는 물론, 교수 학생 등 구성원 전체가 합심하지 않으면 난국을 타개해 나갈수가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왜 우리 과가,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소아적 입장으로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중앙대가 추진한 학과구조조정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다. 학교의 입장을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동시에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입장을 역시 최선을 다해 헤아리고 들어주려는 과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학교당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헤아려야할 필요성을 느낄 이유나 여지를 주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일방적 희생을 아무 반발 없이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일전에 자리를 함께 한 대학 관계자가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해도 다들 자기 입장만 내놓고 아무도 양보하려들지 않아 결국 학교는 (구조개혁을)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혹시 대학당국은 이 관계자처럼 구성원들은 설득 가능한 대상이 아니라고 미리 예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설득하려는 노력 자체만으로도 일단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대학 관계자의 말처럼 어차피 설득할 수 없어서 일방적인 통보말고는 추진력을 가질 수 없다고 강행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제도가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민의를 수렴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입장이 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각각 상이한 그들의 입장을 모두 하나하나 들어주는 과정, 그야말로 그들 모두를 설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렇게 지난(至難)한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이고 빨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진 가치 때문이다.

구성원들도 열린 자세로 작금의 대학위기를 함께 극복해야하는 주체임을 다시 한 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설득의 과정 없는 일방적 통보방식을 문제 삼아 모든 개혁을 무조건 거부할 구실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설득의 과정을 거쳐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내심 다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학교당국의 일일 뿐이고 교수, 직원, 학생 각각이 그런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식에서 스스로를 분리시킨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고 위기는 엄습할 것이다. 그 피해는 학교만 보는 게 아니다.

정부든 여야든 정치권이 불신을 받는 건 국민의 말을, 입장을, 고민을, 고통을 헤아리려는 자세와 태도를 도대체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득과 이해와 공감의 과정은 일방적인 정책추진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몇 배가 더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시간과 노력과 피로감을 가져오더라도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구조개혁은 대학 안에서 연착륙할 수 있다. 갈등의 골이 패일 데로 패인 대학은 다른 대학과 경쟁할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어진다. 갈 길이 그래서 더 바쁘다. 각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더 늦추면 곤란한 이유다.

긴 터널을 지나오듯 그렇게 해서라도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스스로 이뤄낼 때만이 정부에 대고 더 이상 간여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할 수가 있다. 대학이 온전히 자율권을 가질 힘은 바로 그때 생기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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