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질까지 경쟁, 학교는 전국 1위 학점인플레 악명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배대원 학생기자] 서울대 학생들의 컨닝 사태는 학점경쟁과 이를 조장하는 대학의 무원칙주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생들은 단순한 취업을 넘어 비서울대생보다 더 좋은 데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놓이고, 학교 당국은 전국 1위의 '학점뻥튀기'와 무원칙의 부정행위 대처 등으로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는 비판이다.

일반적으로 서울대생들의 취업경쟁은 단순한 취업성공에 더해 취업의 질 문제가 추가된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학에 비해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진학해야 한다는 압박과 경쟁심리가 존재한다. 여기다 취업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서울대 취업률은 전국 대학과 비교하면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2014년 8월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는 졸업자 3000명 이상인 '가' 그룹에서 △고려대(69.3%) △성균관대 66.5% △연세대(64.1%)에 이어 61.0%로 4위를 차지했다. 대학규모를 떠나 전체 취업률로 계산하면 서울대는 50위에 불과하다. 전국 1위를 차지한 한국기술교대의 취업률은 85.9%에 달한다.

최근에는 취업여건마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와 비슷하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서비스’(1966∼2014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전문대·대학교·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56.2%였다. 1998년 58.3%보다도 낮았다. 최근 3년 취업률은 2012년 57.8%, 2013년 57.4%에서 올해도 하락세다.

게다가 서울대생들은 '괜찮은 자리'에 취업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강하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지난해 11월부터 8월초까지 약 한 달간 학부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학년도 서울대 학부생 진로의식조사'에 따르면, 희망 보수가 5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48.4%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에 반해 최근 직업능력개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3,4학년 재학생 8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면 희망연봉은 전공분야 취업시 평균 2849만원, 비전공분야 취업시 평균 2785만원으로 눈높이의 차이가 크다. 

서울대생들의 잇단 커닝사태는 학교가 방조한 측면도 존재한다. 

지난달 서울대의 철학과 교양강의 중간고사에서 발생한 집단 부정행위 논란에서, 해당 강사는 익명을 보장하는 재시험을 공지해 빈축을 샀다. 부정행위에 대해 어떠한 성적 불이익 없이 사실상 용서한 것이다.

재학생 절반이 'A학점'인 것도 국내 최고대학이라는 서울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해 전국 176개 4년제 대학은 재학생 기준으로 평균 B학점 이상 취득학생 비율이 69.8%(A학점 32.3%, B학점 37.5%)에 달했다. 특히 서울대는 재학생의 50.4%가 A학점 이상을 받았다. 한국외대(43.8%)와 연세대(41.9%), 경희대(41.4%)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대생들의 학점경쟁에 따른 양심불감증은 시험이외 분야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비양심적인 자리맡기 경쟁도 벌어진다. 일찍와서 앞자리를 맡는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한 사람이 먼저와서 책과 노트를 올려두는 방식으로 친구들의 자리 3~5개를 맡아주는 일이 매일 벌어진다.

서울대 로스쿨 1학년 이모(29)씨는 "특히 지각생이 많은 아침수업 때 본인 자리뿐만 아니라 친구들 자리까지 맡아주는 일이 잦다"며 "법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보기 안좋다"고 말했다.

로스쿨의 학점경쟁은 1학년 생들이 주도한다. 2학년 여름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로펌에서 인턴을 하기를 원하는데, 이때 1학년 학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턴 경험은 나중에 로펌 채용시에 유리한 경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생들은 졸업 후 각 분야 지도자급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다른 대학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모범을 보여야함에도 부정행위와 연구비 횡령 등 도덕적인 추문에 자꾸만 휩싸이는 건 민망한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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