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형(본지 논설위원/나사렛대 교수)

지난 4월 17일, 장애인단체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회에 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집단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란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0조에 근거해 장애학생 수가 10명 이상인 대학에서 장애대학생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대학 내 설치하도록 한 법적인 의무기관이다. 하지만 법 시행 7년이 지나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대학에 8012명의 장애대학생이 재학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를 들어 교수가 파일로 된 자료를 시각장애학생에게 제공하지 않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작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무관심한 태도로 임하고 있어 인권위에 진정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9명의 시각장애학생들이 관련 대학과 그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 그리고 교육부 측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가 2003년부터 3년 주기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인 2014년에는 전국 368개 대학을 대상으로 5주기 평가를 실시했는데, 우리나라 대학의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복지 지원 실태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등급을 최우수 90점 이상, 우수 80점 이상, 보통 65점 이상, 개선요망 65점 미만으로 나누어 평가한 결과, 최우수 등급 판정을 받은 대학은 22곳(6%)에 불과한 반면 개선 요망이 200곳(54.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각 평가영역별 점수를 종합한 전국 대학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61.22점으로 65점 미만의 개선요망에 해당하는 낙제점수가 우리 대학의 현주소임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법에서 의무화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는 하였지만 많은 대학들이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3년마다 장애대학생 지원에 대한 평가를 5차례나 실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근본적으로는 장애학생에게도 동등한 교육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학구성원의 인권의식의 부족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는 평가제도만 있지 평가결과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미흡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복지 지원을 잘 해온 최우수대학의 경우에도 평가결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개선요망의 낙제수준으로 평가된 대학에 대해서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음으로 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평가를 해온 것이다.

한국특수교육원이 발표한 2014년도 특수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의 규모는 8만2535명이며, 그 중 고교과정에 재학중인 자는 약 2만3000여명이다. 2013년도의 경우에는 장애학생 고등학교 졸업자 6497명 중 1007명이 전문대학과 대학에 입학해 15%의 진학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진학률은 OECD 평균(56%)을 훨씬 상회하는 81%에 이를 정도로 일반적인 고등교육이 보편화됨에 따라 장애학생을 위한 고등교육의 기회 확대 역시 이제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형성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기에 선진화된 대학으로 탈바꿈하려면 교육의 사각지대를 없앰으로써 실질적으로 평등한 고등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애학생들의 인권, 특히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대학 환경에서, 인류애를 논하고 평등을 가르친다면 이 또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대학의 교육정책과 경쟁력은 진리의 보편성을 실천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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