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곳도 있지만 단풍 든 나뭇잎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렇게 고운 단풍잎들이 땅 바닥을 뒹굴면 풀벌레들처럼 계절에 민감한 사람들은 공연히 센티멘털리스트가 되기도 한 다.

예전에 사천왕사를 피리 불며 오고 가던 향가시인 월명사는 지는 잎을 바라보며 이렇게읊었다.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누나
아 미타찰에서 만나고저
내 도 닦아 기다리련다

그는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누이를 생각하며 이 시를 읊었다.

부모를 일찍이 여읜 후 단 둘이 이 세상에 남았던 남매지간의 이별이 얼마나 비통한 것이 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누이의 죽음을 그렇게 슬퍼하며 훗날 저승에서 다시 만나기를 간곡히 기원하는 시인의 마음은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왜냐면 그같은 슬픔은 그만큼 진실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렇게 따뜻한 가슴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는 항상 희망이 있고 구원이 있기 때문 이다.

시인 월명사가 그랬듯이 이 가을에 또 그렇게 흩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서로 이별을 슬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과 함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매일 무너지고 자리를 뜨 는 사람이다. 그들 역시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 모르듯'이 흩어지며 이별을 아쉬워한 다.

그런데 이 만추의 계절에 흩어지는 사람들은 부도가 나버린 직장의 일꾼들만은 아니다. 기자회견하고 국민의 뜻까지 팔아먹으며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특히 색다른 것은 이별의 슬픔 대신 서로 욕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낙엽이 바람에 흩어져 한 구석 으로 몰리듯이 이들도 흩어진 후 끼리끼리 몰려든다. 그런 후 낙엽은 썩듯이 이들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짙다. 다만 낙엽은 썩어서 거름이 되지만 이들이 썩으면 나라가 망할 뿐이 다.

그런데 이렇게 흩어지고 끼리끼리 몰려드는 이상한 무리들 속에 함께 끼여들고 싶어서 몸 살이 난 교수들도 적지 않다. 여의도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고 어린 아가씨한테 애걸을 하는 처참한 교수들도 있다. 그들이야말로 아무도 이별을 아쉬워하지 않을 터이니 다른 교수와학생들까지 오염시키기 전에 어서 대학을 떠나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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