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세종대 등 수업 과제로 ‘일일 데이트’
“이성 친구와의 대화 통해 성 고정관념 타파” 호응 높아

# 5월 14일 오후 12시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이라는 수업이 진행되는 경희대의 한 강의실에서는 남녀 학생 30여명이 둘씩 짝을 지어 앉았다. 수업 중 5분 간 옆 자리에 앉은 파트너와의 대화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지난주에 파트너와 함께 수행했던 ‘남산 데이트’ 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과제는 파트너와 남산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과제로 파트너와 캠퍼스커플 체험도 했다.

그 전주에는 파트너와 데이트 비용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이번 주를 끝으로 학생들은 파트너가 바뀐다. 원하는 파트너가 선정되길 바라며 학생들은 교수에게 원하는 학생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제출했다. 수업을 담당하는 장재숙 교수는 “이번 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서도 커플이 탄생할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수강생인 박상우(회계세무.3)씨는 “수업시간 중 파트너와 삶에 대해 얘기하며 열린 마음으로 이성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 경희대의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수업 과제로 남산데이트를 수행한 학생들. (사진제공=경희대 장재숙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김재환 학생기자] 최근 대학가에선 연애와 결혼, 이성관에 대한 교양수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성친구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해 △성 역할 인지 △성과 사랑에 대한 이해 △현대사회의 가족관 등에 대해 배운다. 실제로 가상데이트 과제를 수행하며 남녀 성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화법을 익히는 실습 수업에선 특히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대학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경희대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젠더, 가족, 일’ △연세대 ‘현대인의 데이팅과 결혼’, ‘성과인간관계’ △아주대 ‘현대인의 성과 사랑’ △ 이화여대 ‘대학생의 성건강’ △영남대 ‘사랑학개론’ △수원대 ‘결혼과가족’ △세종대 ‘성과문화’ △국민대 ‘결혼과 성의 심리학’ ‘결혼과 가족문화’ △서울여대 ‘성심리와 성건강’ ‘결혼과 가족’ △숭실대 ‘20대를 위한 심리학’ △숙명여대 ‘결혼과 가족’ 등에서 연애와 이성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희대에 개설된 ‘젠더, 가족, 일’이라는 교양수업에서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을 고민하고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가상 연애를 통해 남녀의 성 역할을 바꾸어 수행하는 것이다. 데이트 수행을 위해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처럼 스타킹을 신고 화장을 하기도 한다. 여학생들은 데이트 일정을 짜고 메뉴를 고르며 데이트 후 집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해당 강의를 진행하는 이진아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칼리지)는 “남녀로 분리된 성 역할에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통합적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 수업의 취지”라며 “상대 성이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인식된 행동들을 바꿔 수행해보면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도록 가상 연애 과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세종대에 개설된 교양과목인 ‘성과문화’ 과목에서도 가상데이트가 과제로 부여된다. 수원대의 ‘결혼과 가족’ 수업에서는 이성친구를 대상으로 심리테스트를 진행하고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대학가에 개설된 연애 관련 수업들이 모두 실습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대에 개설된 ‘현대인의 성과사랑’이라는 수업은 성과 사랑의 담론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인 맥락에서 다양하게 이해하는 이론 수업이다. 실제 삶과 연계된 내용은 학생들 간 토론과 영상시청, 개인보고서 등으로 가치관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과제로 자신의 성과 사랑에 대한 성찰적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영남대의 ‘사랑학 개론’ 수업에서는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한다. 수업 초반에는 이론에 근거해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공부한다. 성별과 학년 등에 따라 조를 나눠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연애 팁과 데이트 장소를 추천하는 방식의 수업도 진행된다.

해당 과목 수업을 맡은 서정연 강사는 “일부 학생들이 이성교제 방법을 알기 위해 수강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사랑이란 이성과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인간관계의 문제다.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수업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희윤 씨는 “국민대 학부과정 중 ‘결혼과 가족문화’라는 수업을 들었다.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며 연인과 관계개선이 있었다. 수업을 듣고 난 후 실제로 결혼까지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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