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한국 현대판 다이달로스(Daedalus)는 대학건물에 재주를 쏟아부었다. ‘대장간의 신’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섬 미노스 왕의 아내가 낳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미궁 ‘라비린토스’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의 대학들은 점점 그의 작품 라비린토스를 닮아간다. 대학 건물 깊숙히 지하로 내려가면 뜻밖에도 강의실이 늘어서 있고, 사방으로 뻗어있는 복도를 향해 걸어가면 다른 건물의 지상층에 도달한다. 기막힌 솜씨다.

우리나라 대학 건물은 왜 신의 재주가 필요했을까. 비좁은 캠퍼스에 강의실, 연구실, 기타 부대시설의 면적을 늘리려면 그의 솜씨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해볼까. 대학구조개혁평가 정량지표 상 ‘교사(校舍) 확보률’에서 점수를 잃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건물 완공를 앞두고 있는 서울의 A사립대 관계자는 평가지표 때문에 건물 신축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10%가량 부족한 교사 확보률 보충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좁은 캠퍼스긴 하지만 공간 면적을 늘리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실험실습비, 교육과정 개발, 우수 교수진 초빙 등 교육비 투자가 더 필요했다”며 “하지만 당장 살고는 봐야 하기 때문에 건물을 신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가결과 하위권으로 낙인 찍혀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의 불이익을 감수하느니 건물을 짓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편람에 의하면, 교육여건 부분 ‘교사 확보률’은 교육편제단위를 구분해 △인문사회 12㎡ △자연과학 17㎡ △공학 20㎡ △예체능 19㎡ △의학 20㎡ 등 학생 1인당 필요 면적을 제시해 놓고 있다. 1단계 정량지표 60점 만점에 교사확보률은 5점, 전체의 8.3%로 결코 놓칠 수 없는 점수다. 좁은 캠퍼스 내 건물이 기형적으로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대학도,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도 올라가는 건물을 바라보면 영 마뜩잖다. 학교측은 정부가 분명 2023년까지 입학정원 16만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현재 학생수를 기준으로 건물을 짓고 있으려니 이해가 안가고, 학생들은 재단의 재정지원 즉 ‘전입금’이 부실한데도 건물이 잘도 올라가는 것을 보면 내 등록금으로 잇속만 챙기는 것 같아 학교가 야속하기만 하다.

올해부터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캠퍼스마다 양산된 현대판 라비린토스에 학생들의 꿈이 잠식돼서는 안된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대학의 멋있거나 기형적인 건물 보다도 대학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데 사용돼야 한다. 내실 잃은 라비린토스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을, 미래 인재양성의 기회를 영원히 가둬버릴만큼 위협적일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교사확보율을 맞추지 못한 대학들에겐 자초한 일이기에 더 뼈아픈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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