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승인 대학은 영향 없어… 국회 본회의 통과시 세명대, 원광대 이전 불가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송보배 기자] 지난 1일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입성을 노리는 지방대학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세명대와 원광대 등 추진 단계에 있는 대학들은 첫 삽을 떠보기도 전에 수도권 이전이 막막해진다. 동양대와 을지대 등 교육부 위치변경계획 승인을 받은 대학들은 일단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 승인을 받은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인 문제 이전에 지역반발과 환경문제 등 넘어야할 산이 여전히 많다.

■ 간발의 차로 대학가 '희비' =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 소식은 일단 대학가의 희비를 갈랐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박수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실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이전을 추진 중인 13개 지방대학 가운데 미군공여구역으로 이전을 논의했던 대학은 9곳이다.

이들 9개 대학 가운데 교육부 위치변경계획 승인 및 인가를 받은 대학은 을지대, 침례신학대, 경동대, 청운대, 중부대, 예원예술대, 동양대 7곳이다. 세명대와 원광대는 각각 하남시, 평택시와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다. 법적으로 개정안의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부 승인 여부는 희비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동두천에 제2캠퍼스 조성하고 있는 동양대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고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개정안이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법적인 안정성은 확보했다는 것이다. 대학 전체가 아니라 정원의 3분의 1만 일부 이전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지역반대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을지대도 늦어지던 교육부의 대학 위치변경 승인이 올해 1월 이뤄지면서 극적으로 한숨을 놓은 케이스다.  을지대 관계자는 "우리는 소급 적용 된다고 해도 대전광역시에서 경기도로 올라가는 것이라 해당 사항이 없다"며 "대학의 핵심인 의과대학은 지역에 남고 이전 규모도 107명으로 소규모라서 지자체 반발도 없다"고 덧붙였다.

경동대, 예원예술대는 각각 경기도 양주시에, 중부대는 고양시에, 청운대는 인천에 이미 수도권 미군공여구역 내 캠퍼스를 개교한 상태다. 다만 침례신학대는 2011년 교육부 승인을 받아 놓고도 제반 사항으로 인해 이전을 백지화했다.

■ 사실상 '세명대 저격 법안'···하남시 강력반발 =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 소식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대학은 세명대다. 세명대는 하남시의 적극적인 구애와 지원으로 수도권 이전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던 차였다.

세명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세명대는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학교는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세명대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린벨트 지역이라 제약이 많아 시간이 걸렸고 아직 교육부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재 이전 준비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2013년 발의돼 상임위에서 잠자던 법안이다. 이 개정안이 이달초 갑자기 통과한 것을 두고 처음부터 세명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천시의 대대적 반대가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하남시는 여·야와 관·민을 떠나 똘똘뭉쳐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남시는 최근 '대학유치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번 개정안의 입법저지를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시민 4만3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하던 자리에는 조성윤 대학유치위원장과 이교범 하남시장, 이현재 국회의원(새누리당, 경기 하남시), 김승용 하남시의회 의장이 함께 했다.

수도권 캠퍼스 설립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던 원광대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전은 불가하다. 원광대는 개정안 통과가 악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추진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선출된 김도종 총장은 공약사항으로 수도권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원광대 관계자는 "지방대 수도권 이전을 제한하는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는 지방대학으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갈수록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이전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가는 당위성은 인정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한 것은 없지만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수도권에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역반발에 대학들 "생존의 문제" 애끓는 호소 =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은 법 이전에 지역갈등이라는 필연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법도 법이지만 대학을 잡아두려는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수도권 이전을 위한 선결과제라는 얘기다.

지역사회의 반발에 대학들은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세명대 관계자는 "(하남 이전은)학교가 살기 위해 수도권에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안타깝다"며 "(수도권 대학으로 브랜드를 강화해)실질적으로 학생이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근시안적으로 (지역사회가)학생이 빠져나가는 쪽으로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도권 진출은 '일부 이전'이었지 전체 이전도 아니었다. 하남시에는 취업이나 학생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 위주로 2000명 정도 올라가고, 제천 본교엔 6000명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하남시로 가는 것은 인지도 제고차원에서 가는 것이었다. 가서 세명대를 알려야 학생 유치가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일단 이번 개정안에선 자유롭다고 판단되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동양대도 생존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방대학인데다 인구가 많은 배후도시와도 멀어 이대로 있다간 학생 모집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공무원사관학교와 선비사관학교, 풍기인삼 클러스터 사업 등 지역특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동양대 관계자는 "우리대학의 특성화 노력은 지역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특성화로도 지역적 한계를 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정상급 대학도 지방에 있으면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위기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양대는 인근 지역 인구를 모두 합쳐도 30만명이 안 되고, 이미 정원의 50%를 수도권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지방대학이지만 워낙 배후도시의 인구가 적어 사실상 (학생구성비만 보면)이미 수도권 대학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상황에서 최근 수도권 학생비율마저 조금씩 줄고 있어 수도권 이전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에 온통 사로잡혀 있어 미군공여지 특별법 개정안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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