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학생 연설대전'

▲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대학생 김연홍 씨는 국회 헌정기념관 연단에서 수줍게 결혼을 발표했다. 그는 "대학생이지만 나의 사랑을 위해 결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이재익 기자] 스물 여섯살 여대생 김연홍씨는 국회에서 결혼을 발표했다. 사고를 치지도 않았고 대학을 관두지도 않겠다는 그는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 남은 생을 같이 하겠노라 수줍게 고백했다. 그의 고백을 접한 양친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그의 ‘피앙세’는 연단에서 내려오는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원하던 기업의 입사면접에서 나이가 많다는 지적을 들은 전소영 씨(28)는 연단에서 눈물을 흘렸다. 리허설 당시 떨지 않고 좌중을 압도했던 전씨지만 실제로 연단에 서자 감정이 북받쳤다. 전씨는 “우리는 아직 젊다. 나이 때문에 주눅들지 말자”고 강조했다.

17일 다준다연구소와 신촌대학교 예능정치학과가 주최한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대전’에 대학생 12명은 각각 다른 주제를 들고 국회 헌정기념관 연단에 섰다. 이들은 취업·청소년·통일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청중을 설득했다.

▲ 2007년 처음 투표권을 얻고도 투표하지 않은 강정욱 씨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대전'에 참가해 대학생의 투표를 독려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본뜬 '투표방패'를 만들어온 그는 이날 청중 인기상을 수상했다. (사진=이재익 기자)

참가자들은 어려운 주제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했다. 최저시급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서현정 씨(20)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 어머니에게 선물을 드린 사연을 소개하며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지금도 대형마트에서 참치캔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정당한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연설은 청중을 울렸다. 연설을 지켜본 김모 씨는 “아들이 대학생이지만 청년들과 대학생의 삶을 깊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이번 연설을 계기로 청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도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설대전은 대학생들이 자유로운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국내 첫 대회다. 그간 다준다연구소는 7회에 걸쳐 청소년연설대전을 진행했고 청년 연설대전도 2회 진행한 바 있다. 지난 8~9일 진행된 예선에는 50여명의 대학생 연사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대학생 12명이 참가자격을 얻어 17일 국회 헌정기념관 연단에 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이날 헌정기념관을 찾아 “대학생과 청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공감능력을 많이 상실했다. 한 사람의 젊은 국회의원으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연설대전에 참가한 대학생 12명에게는 모두 국회의원상이 시상됐다. 이 가운데 ‘투표가 청년의 미래다’를 주제로 청년투표를 독려한 강정욱 씨가 인기상을 받았고 ‘우리 하나되어’를 주제로 새터민에 대한 인식전환을 촉구한 김향연 씨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 다준다연구소와 신촌대학교 예능정치학과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1회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대전을 주최했다. 청소년 연설대전과 청년 연설대전 등을 주최한 이들은 청년정치인 양성 등을 목표로 한 이번 연설대전을 오는 하반기부터 정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이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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