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PR전략 수립하거나 바이어 직접 상대하기도

[한국대학신문 지민경 학생기자] 대학에서 실무 강의가 늘고 있다. 현업에 종사했던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거나, 기업에서 학부생들에게 일종의 프로젝트를 의뢰해 실습을 돕는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배운 이론을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고, 기업들은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청년실업률이 10.2%(통계청 4월 기준)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취업난에 대학들이 기업 실무 능력을 가진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학에서는 최근 기업과 연계한 ‘실무 중심’의 강의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들은 전문 강사의 일회성 특강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에서 업무를 진행하듯 생생한 실무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개설된 경성대 중국학과의 무역 관련 강의에서는 교수가 무역과 관련된 개념과 이론을 가르치는 한편, 팀 프로젝트로 ‘무역대행’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회사처럼 팀장과 팀원을 조직해, 중국에 수출 가능한 아이템을 선정해 관련 시장조사와 중국어 카탈로그 제작 등을 거쳐 실제 중국의 바이어와 접촉하는 방식이다.

3년째 위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학과)는 “수강생들이 시장 조사, 제조업체·바이어와의 접촉, 중국어 프레젠테이션을 체험하는 것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팀 내에서의 협의 과정까지 총체적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광고홍보학과의 한 PR 관련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카메라’ 제품의 광고를 기획한다.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PR에 필수적인 단계를 배운 뒤, 곧바로 기획에 적용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사회과학 조사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특징을 분석한 후 전략을 세우고, 교수가 진행과정을 확인한다.

이 강의는 모 광고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업과 직접 연결된다. 한국외대를 비롯해 홍익대와 명지대 등에서도 이 같은 기업 연계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광고홍보대행사에서 대학 전공학생들과의 ‘공동 기획’을 기업에게 제안, 기업 협력을 통해 이 같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실에 담당자가 방문해 기획의 방향을 설정해주거나, 학생들이 준비한 소비자 조사 계획 일정에 맞춰 실무진이 참석하고 진행 과정을 참관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실습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학기 말에는 팀 별 경쟁 프레젠테이션으로 순위를 매겨 상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욕이 높다. 의뢰 기업에서는 대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참신한 PR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강의를 수강 중인 한국외대 윤성중(광고홍보 3)씨는 "팀원 각자가 역량을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에서 자신과 맞는 직무를 찾을 기회"라며 만족해했다.

강의를 맡고 있는 이 대학 문빛 교수(광고홍보학과)는 “강의에서 배운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는 측면에서 분명히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무 강의가 △학문의 본질 왜곡 △지난친 기업 중심 인재 양성 △또다른 ‘열정 페이’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문 교수는 “이러한 강의는 기업과 학생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고 믿지만,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엔 변함없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값싸게 채택하려는 입장을 취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실무 강의가 대부분 상경계열 강의에 치우친 점은 과제로 남는다. 대학가에서는 ‘실무 중심의 인재’나 ‘전공분야로의 취업’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강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상경계열 전과나 복수전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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