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언론사 포기, 소규모 언론사로 U턴해 경력쌓겠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지민경 학생기자·배대원 학생기자] 최근 MBC가 신입 정기 공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해 오던 언론준비생들을 중심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MBC에 이어 다른 대형 언론사들도 연달아 신입 공채를 없애는 분위기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일부 언론 전문가들은 "입맛에 맞는 경력직만 뽑으려는 경영진의 인식 문제"라고 꼬집는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언론계에서 신입들은 똘똘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노조와 결합하기 쉽다”며 “경영진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충성도 강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역시 “내부진통을 극심하게 겪은 만큼 경영진에 협조적인 경력직원만 채용하려는 분위기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 언론계 취업시장은 가뭄이다. 언론사들이 경력직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직 준비생들이 그룹스터디를 하고 있다.
이번 대형 언론사의 신입 정기 공채 미시행 발표에 이른바 언론고시생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최모(29)씨는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서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방송사의 공적 의무 아닌가”라며 “혹시나 다른 언론사들의 공채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사 취업을 준비중인 박모(28)씨 역시 “지상파 방송 3사 공채 뜰 때가 언론고시생들에게는 가장 기쁜 소식이다. 믿었던 대형 방송사 중 한 곳이 더 이상 신입공채를 안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실제로 언론 취업시장은 가뭄이다. 일반기업이 상·하반기 채용공고가 꼬박꼬박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피부로 느껴지는 취업시장은 더 좁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지상파 3곳과 신문사 5곳의 공채는 상반기와 하반기 중 한번 있을까 말까다.<표참조>.

언론사 지망생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아랑'에는 언론사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이번에도 역시 경력직이네’라고 한탄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한국외대에서 신문사 취재기자를 준비하는 언론정보학과 학생 김모(25)씨는 “공채 가뭄과 비정규적인 시험일정에 실망감은 물론 절망감 까지 든다”며 “언론사에서 신입을 키우는 비용조차 아까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심한 생각조차 들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 *채용 시 원서접수 시기(월) 명시, 전국권(본사), 촬영기자 제외

<출처> 각 언론사 홈페이지

경력직을 선호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언론준비생들은 대형 언론사 취업 준비를 잠시 접고 중소 언론사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중소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고 대형 언론사로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박모(가명)씨는 “언론고시반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마이너 언론사로 경력을 쌓으러 가고 있다. 경력직 채용 공고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만 (대형 신문사 공부를)접고, 소규모 언론사에 들어갈까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2010년도에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외식업체 잡지사에서 취재기자 일을 하고 있는 김모(25)씨는 “현재 연봉 2400만원 정도 받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다. 중소 신문사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그들도 다들 경력을 찾더라. 그래서 차라리 이곳에서 경력을 3년 정도 쌓고 좀 더 연봉이 높은 언론사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경력과 신입의 조화로운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민기 교수는 “미국에서는 소규모 언론에서 있다가 대형 언론사로 가는 것이 일상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려는 기수문화가 강해서 아직 이직문화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신문사들이 최근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내부 경쟁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입사회 기수문화를 패쇄적이고 배타적이지 않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신입과 경력의 조화로운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MBC의 발표에 대해 “공채가 없어진다는 것은 대졸 신입자를 뽑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자 MBC는 "정기 채용을 하지는 않지만 인력 수요 발생시 상시 개방 채용을 진행한다. 대졸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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