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사과나무’ ‘세계 유일 아일랜드 캠퍼스' 등 각양각색

조형물 의미가 곧 대학의 교육철학… 대학홍보역할 톡톡

# 대학의 캠퍼스와 건축 역시 대학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은 캠퍼스 랜드마크가 단순히 ‘특이한 구조물’이 아니라 대학의 가치와 역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위)조선대 장미원 (왼쪽, 아래)동아대 승학캠퍼스 뉴턴의 사과나무 (오른쪽 아래) 중원대 수영장 시설.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정윤희 기자] 지역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 전남대 5.18기념관부터, 섬 전체를 캠퍼스로 삼은 한국해양대까지. 대학의 랜드마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 랜드마크가 대학의 정신을 상징하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시중 우송대 C-MBA대학원장은 “대학의 랜드마크는 대학의 상징성을 함유하고 내부 구성원은 물론 외부 사람들에게까지 대학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대학 상징물의 의미가 곧 대학의 이미지가 되면서 상징물을 통해 대학의 교육철학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지역사회를 대표하다 = 1980년 5월 18일 오전 전남대 정문을 비상계엄군이 막아섰다. 전날 신군부가 비상계엄령의 전국 확대를 의결함에 따라 비상계엄군이 대학생들의 등교를 막아선 것이다. 전남대 학생들은 이에 항의하며 비상계엄군에 맞섰고 이 과정에서 다수 학생이 구타를 당했다. 학생들은 계엄철폐를 외치며 광주시 금남로로 집결했다. 민간인 165명(정부집계)이 사망한 광주 민주화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남대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5.18기념관이 있다. 5.18기념관은 전남대 출신 운동가와 교수들이 소장한 자료 1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남대는 캠퍼스투어프로그램에도 5.18기념관을 포함하면서 방문객들에게 관련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대 역시 4.19혁명 희생자를 기리는 의혈탑이 남아있다. 4.19혁명 당시 6명의 희생자가 이 대학에서 나왔다. 중대생들 사이 회자되는 ‘중앙대가 한강을 건너면 국가가 바뀐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중앙대는 희생자를 기리는 의혈탑과 함께 학교 광장을 의혈광장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최근 전 총장의 비리 의혹과 박용성 전 이사장 막말파문 등 논란은 의를 계승한다는 뜻에 얼룩을 드리우고 있다. 중앙대 전체 학생대표자들은 이에 지난 15일 ‘의혈의 정상화를 위하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 측의 사과를 요구키도 했다.

책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의 저자인 송하엽 중앙대 교수(건축과)는 전남대와 중앙대의 사례에 대해 “대학이 정신적 지형을 통해 역사적 사건이나 행동을 기억하려는 것”이라며 “기억하는 행위는 기념비 등 특정형태와 명명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 동아대 승학캠퍼스에는 ‘뉴턴의 사과나무’ 4대손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지난 2003년 4년제 일반대학 중 처음으로 동아대에 기증한 것이다. 뉴턴의 사과나무 4대손이 사과꽃을 피우자 학생들이 이를 감상하고 있다.

뉴턴의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 다른 대학에는 없는 요소가 대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동아대 승학캠퍼스에는 ‘뉴턴의 사과나무’ 4대손이 있다.

이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지난 2003년 4년제 일반대학 중 처음으로 동아대에 기증한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1978년 미국 국립표준국(NBS)으로부터 3대손을 기증 받아 4대손을 접목해 키워왔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에 결정적 공로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사과나무가 대학 내 자리 잡으면서 꽃이 피는 봄철과 열매가 맺는 초가을에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단골로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사과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대학 측이 곤란을 겪기도 했다. 동아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유독 사과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어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 사진기자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사진기자들이 학교 교정에 모인 날, 정작 사과나무에 사과가 하나도 없었다. 간밤에 서리를 당한 것이다.

동아대 관계자는 “사과나무다 보니 해갈이를 한다. 그해 꽃이 많이 펴서 열매도 기대했고, 모니터링할 당시만 해도 열매가 많이 맺혀 있었는데 정작 취재 당일 사과가 없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 (왼쪽 위)한국해양대 정문 '르네상스 게이트' (오른쪽 위)한림대 다비드상 (왼쪽 아래)인하공전의 대한항공 여객기 (오른쪽 아래) 서강대 알바트로스탑.

한림대 다비드상도 대학의 인재상을 표현한 것으로 다른 대학에는 없는 독특한 구조물이다. 지난 1987년 한림대 설립자이자 제1대 이사장을 역임한 윤덕선 선생은 ‘거인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의 지혜와 용맹함’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다윗의 기상을 품으라는 뜻에서 ‘데이비드상’을 기증, 설치했다.

이후 18년 동안 교정에 위치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하고, 2006년 제2대 윤대원 이사장이 일종기념도서관 준공과 함께 이탈리아 현지를 방문해 새로운 데이비드상을 제작, 주문해 기증했다. 이후 2007년 도서관 입구에 설치공사가 완료됐다.

인하공전은 실물 대한항공 여객기가 교내에 설치돼 대학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1992년 대한항공에서 교육용으로 기증한 것. 160석 규모 B727-200 항공기는 이후 항공운항과 학생들의 실습용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외부 견학과 전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도 대표적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동양 최대 규모의 평화의 전당은 연말마다 각종 공중파 시상식과 대형 공연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 (왼쪽)1970년대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된 일감호와 (오른쪽)현재 일감호. 건국대 일감호(湖)는 총 면적 5만5661m²에 최대수심은 2m가 넘고, 총 둘레만도 1.4km에 달한다.

낭만의 호수, 크기 때문에 대학 기죽인 사연? = 낭만을 대변하는 호수도 대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건국대 일감호(湖)는 총 면적 5만5661m²에 최대수심은 2m가 넘고, 총 둘레만도 1.4km에 달한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감호에 서울권 유명대학인 S대가 빠지고, 그 대학이 빠져 튄 물에 H대학이 빠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1970년대 초반까지도 일감호는 여름철엔 양어장으로, 겨울철에는 지역주민들의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됐다. 특히 한 겨울에는 얼음두께가 10~15Cm정도로 얼어 빙상연맹의 연습장, 전국체전 빙상경기장으로도 사용됐다.

일감호는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가슴 탁 트인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저녁마다 일감호 주변을 산책한다는 한 시민은 “일감호 주변에 오면 항상 시원하고 경치도 공원못지 않게 좋다”며 “마치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밤이면 건물 불빛이 호수에 안겨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전북 원광대에도 수덕호라는 큰 규모의 호수가 있다. 이 주변은 봄철 벚꽃명소로 이름을 날리면서 캠퍼스 커플들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수 가운데에는 봉황각이라는 정자를 조성해 운치를 다하고 있다.

원광대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캠퍼스 예쁜 대학으로 정평나 있다”며 “캠퍼스 예쁜 학교 설문을 하면 우리 대학이 항상 순위권 안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지역주민들과 상생의 정신을 담은 랜드마크도 있다. 조선대 장미원은 2001년 5월 의과대학 동문들이 모교와 후배들을 위한 마음에서 이뤄진 기부를 토대로 2003년 5월에 개원했다. 여기에 광주은행의 기부금과 지역민, 교직원과 학생들의 뜻을 모아 2008년 9월 현재 장미원으로 확장됐다.

총면적은 8299㎡이며, 227종 1만7994주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 광주의 명소이자 자랑거리다.

조선대 관계자는 “장미원의 꽃 한 송이마다 지난 1946년 호남지역의 7만2000명 설립 회원들과 현재 지역민들의 보은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 (왼쪽, 위)국내 유일 아일랜드캠퍼스 한국해양대 (오른쪽, 위)원광대 수덕호와 봉황각 (아래)국내 최대 지하캠퍼스인 이화여대 ECC의 야경과 전경.

캠퍼스 자체가 명물 이화여대와 한국해양대 = 국내 최대 지하캠퍼스, 국내 유일 아일랜드 캠퍼스 등 캠퍼스 자체가 명물로 등극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ECC는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중(地中)건물이다.

연면적 2만여 평, 총 6개 층으로 이뤄진 신개념 지하캠퍼스로 지난 2004년 국제초청현상공모를 거쳐 2005년 착공, 2008년 4월에 완공됐다.

도미니크 페로는 “ECC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건물 하나가 느는 차원이 아니라 학교와 주변지역, 자연환경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ECC가 이화 캠퍼스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발전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의 추억과 성장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에 위치한 한국해양대는 국내 유일한 아일랜드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을 방문하는 외부 관람객들의 방문도 잦다. 이 대학은 방문객들을 위해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캠퍼스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섬 안에 캠퍼스가 있는 대학은 몇 있지만 섬 전체를 캠퍼스로 활용하고 있는 대학은 세계에서 한국해양대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충북의 중원대도 수영장과 골프장 등 여타 대학들은 없는 시설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색 캠퍼스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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